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에 의하면, 국제 무역에서 한 나라의 재화는 다른 나라 재화와 비교해 절대적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대적인 우위를 가질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국가는 '비교우위' 분야를 특화해 다른 나라와 무역을 해야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이러한 견지에서 한·일 무역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지난 6월 29일 G20 의장국으로서 일본이 주창한 "자유롭고 공정하며 비차별적이고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며 안정적인 무역환경 구축"이라는 정신에도 합치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WTO협정, 바세나르체제 등 국제규범에도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특히 일본이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이는 반도체 소재 3품목(불화수소·레지스트·불화폴리이미드)에 대한 수출제한 조치는 상당히 치밀한 준비 끝에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일본은 계속 제한 품목을 늘리면서 우리나라에 경제적 압박을 가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반도체산업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조치는 결과적으로 한국경제 전체에 타격을 가하겠다는 전략이 숨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 반도체 기술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공인된 경쟁력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국산 반도체 생산이 몇 주만 지연되어도 애플의 아이폰,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데이터 서버, 인터넷 연결 장비 등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반도체는 우리 주변 대부분 전자제품에 들어 있어 생활에 편리를 가져다주기 때문에 '마법의 돌'이라 부르기도 한다.

앞으로 일본의 조치는 다른 국가에도 나쁜 선례가 되어 회원국 사이에 여러 가지 이유를 내세워 무역제한 및 '교란적인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그런 까닭에 세계 모든 국가는 다자무역체제에 위협이 되는 일본의 일방적 조치에 대해 관심과 우려를 나타낼 필요가 있다.

아무튼, 일본 정부가 취한 대한 수출규제 조치는 일제 강제동원 문제에 관한 우리 사법부 판결의 보복적 성격이 강하다. 한·일 양국이 마치 어느 한쪽 양보 없이 모두 손해로 치닫는 치킨게임을 전개하고 있다.

비교우위 이론에 따라 '더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상품을 특화해 교역한다면, 양국 모두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은 세계무역 질서에 반하는 행동을 지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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