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1년 설립된 영국 대안교육 현장
'학생 자유의사 존중'의 힘 보여줘

지난 7월 22~31일 건신대학원대학교 대안교육연구소 하태욱 교수가 이끄는 일행 40여 명과 함께 영국을 다녀왔다. 우리 일행이 주로 둘러본 곳은 마을공동체와 대안교육 현장이었다. 토트네스 전환마을, 런던 브롬리 바이 바우 센터, 슈마허대학, 샌즈학교 등 둘러본 곳 모두 감동적이었다. 특히 4박 5일 일정으로 진행된 '서머힐 체험(Summerhill Experience)' 연수가 뜻깊었다.

서머힐은 20세기 대표적인 교육사상가였던 닐(A. S. Neill)이 설립한 학교다. 런던에서 동북쪽으로 160km 떨어진 서퍽주 레이스턴 마을 외곽에 있다. 1921년에 시작했으니 올해 98년째인데, 벌써부터 '서머힐 100주년 기념'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세계 20여 개국 130여 명의 참여자 중 놀랍게도 한국인이 44명이었다. 나이 분포는 스무 살부터 여든두 살까지. 시청 공무원 4명 외 대안학교·마을학교·일반학교 교사가 대부분. 특히 37년 전 닐의 책 <서머힐>을 한국어로 처음 번역·소개한 원로학자 김은산 교수도 동참하여 더욱 의미 있었다.

왜 우리는 서머힐에 갔었던가? 나는 서머힐 교정 구석구석을 거닐며 한국 대안교육 20년을 회상하고, 서머힐 100년 전통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서머힐은 보통 5∼6세부터 17∼18세까지의 아이들이 다닌다. 지난 100년간 학생 수가 적을 때는 35명 정도에서 많을 때는 90여 명에 이르기도 했다. 현재는 70여 명이다. 이렇게 적은 학생들이 뛰어노는 학교 터는 1만 5000평 규모다. 숲과 자연이 서머힐 아이들을 절반 이상 키웠을 것이다.

흔히 서머힐의 첫 이미지는 '시험도 숙제도 없는 자유로운 학교' 정도다.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서머힐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그보다 더 깊고 강렬하다. 닐이 품은 '인간의 자유와 존엄'에 대한 가치는 숭고하다. 특히 억압과 권위주의적 교육에 반대한 그의 교육사상은 1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진보적이다.

"모든 강제를 철폐하고 어린이에게 자아를 찾을 기회를 주십시오. 어린이를 궁지로 몰지 마십시오. 무리하게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지 마십시오. 그 무엇도 강요하지 마십시오."

그래서 서머힐은 '교육'이란 이름으로 학생들의 욕구와 욕망을 억압하지 않았다. 학생들의 행동을 도덕적으로 평가하거나 비난·처벌하지도 않았다. 학생들을 억압하지 않고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배움터를 지난 100년 동안 굳건히 지켜왔다.

닐은 인간에게 '자유와 사랑의 힘'이 얼마나 소중한지 서머힐을 통해 직접 보여주었다. 서머힐 교육 실험은 이제 증명된 사실이다.

"어린이를 학교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들에게 학교를 맞춰야 한다."

"서머힐 자체의 미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머힐 사상은 인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세대들은 자유 속에서 자라야만 한다. 자유를 선물하는 이는 사랑도 준다. 그리고 사랑만이 이 세계를 구원할 수 있다."

닐이 60년 전에 펴낸 책 <서머힐>에서 한 말이다. '자유를 선물하는 이는 사랑도 준다'는 말을 가슴 깊이 새긴다. 그렇다. 서머힐 100년은 자유와 사랑의 길이었다. 앞으로 미래교육 방향도 결국 자유와 사랑의 가치를 실천하는 데 있음을 깨닫는다. 다시 '자유와 사랑으로' 펼쳐 보일 미래학교 서머힐 100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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