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연수 보고서 부실
이미 추진된 시책 제안도
노조 "제약 있었다"해명

창원시 공무원노조가 지난 6월 외국으로 다녀온 배낭연수의 목적과 내용에 의문이 제기된다.

창원시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등 간부 17명은 지난 6월 20~24일 4박 5일간 일본 삿포로 지역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창원시 공노조는 연수 기간 일본 공무원 노조를 방문했다. 또 오타루 운하를 방문해 1900년대 초반 건물을 역사적 건조물로 지정해 관광지로 활용한 도시재생 사례, 삿포로 방재센터의 강풍·지진·화재 등 체험 코너, 전망 화원으로 유명한 '사계채의 언덕(시키사이노오카)'의 운영·관리 방법, 미국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옛 훗카이도 청사 견학 등을 진행했다.

창원시는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라 노조 간부 1명당 130만 원씩, 모두 2210만 원을 지원했다.

◇노조 발전? = 창원시 공노조의 연수 보고서는 '해외 공무원노조 우수문화와 인프라 체험을 통해 선진사례를 창의적으로 적용하여 노조 발전에 기여'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에는 '노조 발전'과 관련한 부분은 뚜렷하지 않다. 창원시 공노조는 일본 공무원 노조를 방문해 공무원 연금 산정 기준이나 재원 조달 방법, 수령 시기와 대상 등을 물어봤다.

이는 올해 상반기 외국 연수를 다녀온 다른 지자체 공무원 노조와 비교된다. 지난 6월 12~21일 독일과 프랑스로 연수를 다녀온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기도지부는 '노사관계의 다양한 사례 연구를 위한 2019년 선진노사문화체험'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는 독일 공무원 노조의 활동 보장, 연대 체계, 단체교섭 절차·중재 등 내용이 담겼다. 또 시사점으로 "우리나라 노조는 임금인상·근무조건 상향 등에만 관심을 둔 것이 현실이다. 독일 노조는 연대를 중요하게 여기고 사회·교육·실업 문제 등 함께 고민하는 점이 배워야 할 점"이라고 쓰여 있다.

지난 3월 미국으로 연수를 다녀온 경기 수원시 공무원노조(2개 단체)도 현지 공공부문 노동단체와 △노조활동 보장 △노사 간 분쟁조정 방법 등 토론을 통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공무원 노동관계법 개정이 필요하다"거나 "공무원 노조의 정치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등 정책 제언을 내놨다.

창원시 공노조 관계자는 "일본 공노조에 노동3권 보장 여부, 조합원 복지서비스, 단체협약 등 내용으로 미리 질의서를 보냈는데 답변할 수 없다고 했다. 우리 조합원이 많이 궁금해하는 것이 일본의 인사와 연금제도인데, 인사 제도는 국가시스템상 물어보기 어려웠고 연금과 관련해 여러 사안을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연금제도는 조합원의 복지 증진과 권익 향상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며 "일본 공노조의 수준은 높진 않았다. 선진 노조 활동을 배우려면 프랑스 등 유럽으로 갔어야 했는데, 비용과 시간 등에서 제약이 있었다. 노조 간부의 힘든 업무를 격려하는 차원도 있다"고 말했다.

◇시책 제안도 허술 = 창원시 공노조가 일본 연수를 다녀오고 나서 제안한 시책도 부실하다. 제안한 3가지 가운데 2가지는 이미 추진돼 시행 중이다.

창원시 공노조는 보고서에서 시책 제안으로 창동·오동동, 해양솔라파크, 저도 콰이강의 다리 등 주요 관광지에 무료 와이파이지역을 설치해 관광객 체류 시간을 늘려 지역상권이 활성화하도록 하자고 했다. 또 일본 삿포로 방재센터처럼 지진 체험·교육 시설을 구축하자고 했다.

창원시 통신담당 관계자는 "주요 관광지에 무료 와이파이를 설치하는 것은 2~3년 전 시작됐다. 저도 연륙교, 해양솔라파크, 창동 어울림센터 등에 설치된 지 오래다. 올해 돝섬·주남저수지 등에도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진 체험·교육을 위한 시설도 마련돼 있다. 창원시는 창원과학체험관에 지진체험장을 설치하고 지난해 6월 운영을 시작했다.

창원시 공노조 관계자는 "무료 와이파이 설치 확대는 기존에 있는 것을 점검해서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이며, 창원과학체험관 지진체험장은 규모나 내용 면에서 부족해 전문시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라고 했다.

이외 창원시 공노조는 북면·대산·진전·진북·구산면 등에 버려진 농지를 관상용 화훼 재배단지와 농산물 직판장으로 활용해 농업관광 개발을 제안했는데 설득력이 높지 않다. 창원시 공무원노조가 예산을 지원받아 일본 배낭연수를 다녀오고, 보고서는 형식적으로 제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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