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중심 강경론...한국당 등 "비현실적" 반발
정치권의 해법과 대응 수위 갈수록 충돌

일본의 대한국 경제보복에 대한 정치권의 해법과 대응 수위가 갈수록 충돌하고 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청와대 회동 합의에 따라 '일본 수출규제대책 민관정협의회'를 구성했을 때는 큰 틀에서 공조가 점쳐졌지만 여권을 중심으로 강경론이 쏟아지면서 자유한국당 등의 반발이 커지는 모양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존속 여부와 소재·부품산업 국산화 현실성 문제를 비롯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체제 청산, 2020년 도쿄올림픽 보이콧, 일본 여행 제한 그리고 문 대통령이 제시한 '남북 경제협력과 평화경제를 통한 극일론'까지 가히 전방위적 대립이다.

특히 지소미아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때 제동을 거는 등 신중론도 있었으나 점점 정부·여당 '공식 입장'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6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지소미아가 한일 간 상황에 비춰볼 때 정치·군사적으로 실효성이 계속 있는 것인지 심각하게 검토해봐야 한다"며 "일본은 안보상 문제로 수출통제제도를 강화한다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안보상 협력이 필요해 지소미아를 유지해야 한다고 하는데 두 개의 주장에 상호모순이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 세번째)가 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 세번째)가 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일각은 부정적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윤상현 한국당 의원은 "한일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지소미아를 폐기하면 일본은 이참에 한국을 '패싱'하고 '미일동맹'을 중심으로 동맹관계를 재편하자고 미국을 설득할 수 있다"며 "특히 한미일이 2014년부터 발효 중인 정보공유 약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재검토와 도쿄올림픽 보이콧, 일본 여행 제한 등은 당론까지는 아니지만 복수의 민주당 국회의원 입에서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최재성 의원은 "기준치를 초과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도쿄를 여행금지구역으로 검토해야 한다. 일본은 오염에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고 도쿄올림픽을 개최해야 한다"며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청산위원회도 필요하다. 협정 자체가 한국이 준비와 정보 없이 굉장히 경쟁 열위에 있는 상태에서 사실 엉터리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이에 대해 "심각한 경제 상황에도 정부·여당은 도쿄올림픽 보이콧, 여행 금지, 남북 경협 등을 일본 경제보복 사태와 경제위기 해결책이라고 내놓고 있다"며 "최저임금 급등, 근로시간 강제단축, 주가지수 추락, 환율 상승 등으로 직접 피해를 입고 있는 국민들이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행태에 답답할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7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앞서 회의실 배경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7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앞서 회의실 배경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의 강경기조는 지지층을 비롯한 민심 결집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민주당은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한일 갈등이 내년 총선 때 우리에게 긍정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공유해 파문에 휩싸였다. 그 핵심 근거가 "일본에 단호하고 원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이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그렇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 자체 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지소미아 폐기에 찬성(47.7%)하는 국민이 반대(39.3%)보다 많았고 도쿄올림픽 보이콧도 찬성(68.9%)이 반대(21.6%)를 압도했다. 한일정상회담 등 외교적 타협에 의한 갈등 해소론 역시도 반대(48.8%)가 찬성(40.8%)을 앞섰다.

여권이 지금과 같은 반일 강경론을 계속 유지할지, 모두 실행에 옮길지는 다만 미지수다. 대표적으로 도쿄올림픽 보이콧의 경우,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제 올림픽위원회 정신에 입각해야 하며 정부가 아닌 한국 올림픽위원회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지소미아 폐기에 대해서도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1일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지소미아의 내용상 실익도 중요하고 상징적 의미도 중요하다"며 "폐기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며 이 같은 입장을 청와대 등에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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