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전근개 질환
50~60대 많은 퇴행성 질환
웃자란 뼈 때문 근육 파열
'오십견'과 헷갈리기 쉬워
정밀검사…수술·약물치료

사실 오래전부터 어깨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유추해보건대 30대 초에 팔씨름을 심하게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어깨 근육에 문제가 생겼을 것이다. 그 후로 한 10년 별다른 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지내다가 어느 날 외풍이 심한 벽에 어깨를 붙이고 자고 일어난 이후 종종 통증이 찾아오곤 했다. 심하면 며칠 통증이 지속하기도 했다. 아파서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땐 진통제를 맞기도 했다.

주위 친구들처럼 나 역시 어지간히 아프지 않으면 병원 출입을 외면해 온 터라 오히려 제때 관리하지 못하고 병을 무럭무럭 키워내는 바람에 가족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한다.

얼마 전 신문사 정기인사로 건강 지면을 담당하게 됐다. 전임자도 그랬을는지 모르지만 내 몸에서 어디 아픈지 살펴보게 됐다. 허리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간혹 속도 쓰리고, 앉았다 일어서면 어지럼증도 있고, 그러고 보니 오랫동안 키보드를 사용해 그런지 손목도 아픈 것 같고….

50대 중후반 나이, 늦었긴 하지만 건강에 관심을 두게 된 게 얼마나 다행이냐 싶다.

▲ 서울병원 윤지열 병원장. /정현수 기자
▲ 서울병원 윤지열 병원장. /정현수 기자

내친김에 관절 분야 치료 병원인 서울병원에 전화를 넣었다. 회전근개 전문의로 윤지열 병원장을 소개받았다. 치료 목적이 아니라 취재 목적으로 의사를 만나는 것이 기다리는 환자에게 미안한 일이라 최대한 빨리 궁금한 사항을 물었다.

사실 의사를 만나기 전에 이런저런 자료를 챙겨봤는데, 도통 무슨 말인지 몰랐던 사항도 많았더랬다.

◇의외로 흔한 질환

회전근개 질환은 의외로 환자가 많은 흔한 질환이란다. 용어가 생소해 흔하지 않은 질환일 거란 선입견은 병원을 찾은 즉시 산산조각이 났다.

근개(筋蓋). 쉽게 말해 근육을 말한다. 우리 몸에서 빙글빙글 회전할 수 있는 부위인 어깨근육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회전근개(Rotator Cuff) 질환이다.

회전근개에 해당하는 근육은 4개다. 극상근(棘上筋 Supraspinatus), 극하근(棘下筋 Infraspinatus), 견갑하근(肩胛下筋 Subscapularis), 소원근(小円筋 teres minor). 질환의 증상은 이러한 근육 4개 중에서 하나 이상이 손상되거나 파열되어 통증을 일으키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간혹 어깨에 충격을 받아 다치거나 심한 운동으로 근육이 파열되어 병원을 찾는 20~30대 환자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50~60대다.

오랫동안 어깨 근육을 쓰면서 힘줄 부위가 손상을 입어 나타나는 퇴행성 질환이기 때문이다.

이 질환은 보통 CT촬영으로 증상의 원인을 확인할 수 있다. 심한 경우 엑스레이로도 판독할 수 있지만, 간혹 MRI를 이용해야 정확한 원인을 찾을 수 있는 사례도 있다.

윤 병원장은 "흔하죠. 중장년층이 되면 어깨가 점점 망가지는데 그런 질환 중 하나예요. 높은 곳에서 추락하거나 교통사고로 어깨가 빠졌다든지 그런 충격이 갔을 때 급속하게 끊어지는 경우가 드물게 있긴 하지만 대부분 오랫동안 어깨를 써서 조금씩 망가지다가 끊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퇴행성 원인이 가장 크다고 보면 되죠."

하긴 요즘 부쩍 목과 어깨 부위가 아프다 싶긴 하더니 이게 다 퇴행성 회전근개? 하고 생각했다가 바로 고쳐먹었다. 50 나이에 가장 흔한 건 오십견이라던데. 오십견과 회전근개는 뭐가 다른 거지?

"오십견은 50대에 많이 와서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는데 정식 명칭은 유착성관절낭염이라고 해요. 이건 아프기도 하고 팔이 올라가지 않아요. 회전근개와 함께 나이가 들어 생긴다는 공통점 때문에 헷갈릴 수 있어요."

그럼, 나한테 생긴 이 증상은 뭐지? 두 증상을 구분하는 기준이 궁금했다. "어깨 근육이 파열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느냐면 가장 대표적인 게 일단 아프겠죠. 그다음 힘이 떨어집니다. 근력저하 현상이 나타나요. 팔을 드는 힘이 약해지면 회전근개 파열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윤 병원장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팔을 들어올려 봤다. 약간 통증은 있지만 어렵지 않게 올라간다. '회전근개는 아닌가' 속으로 생각했다.

"증상만으로는 알 수 없어요. 검사를 해봐야 회전근개가 원인인지 아닌지 알 수 있어요."

이런, 속마음을 읽혀버렸다.

◇자라난 뼈와 근육 파열

회전근개 질환의 대표적인 현상이 근육파열이다. 그런데 근육이 찢어지는 원인이 어깨에 비정상적으로 자라난 뼈 때문이란다.

"뼈가 왜 자라느냐면, 회전근개가 움직이면서 견봉이라는 뼈와 부딪혀 계속 자극을 받게 되면 힘줄이 닳아 너덜너덜해져요. 그게 심해지면 뚝 끊어지는 거죠. 그런데 이 견봉이라는 뼈에 근육이 자꾸 자극을 주게 되니까 웃자람뼈가 생겨요. 전에 없던 뼈가 튀어나오니까 근육의 힘줄은 더 닳게 되는 거죠."

손바닥이든 복숭아뼈든 외부 자극을 많이 받는 부위에 굳은살이 박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이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어깨에 근육이 한둘도 아니고 대체 어느 부위에 웃자람뼈가 자란다는 거지?

"힘줄이 붙어 있는 부분입니다. 힘줄이 뼈에 붙어 있잖아요. 회전근개가 붙어 있는 이곳의 힘줄이 닳아서 끊어지는 거예요."

윤 병원장은 화면에 나타난 엑스레이, CT 영상과 내시경 영상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 (그림1) 어깨부위 엑스레이 사진으로 동그라미 속 어깨뼈를 보면 하얗게 된 부분이 있는데, 이는 근육이 어깨뼈를 자극해 웃자란 뼈의 모습이다. /서울병원
▲ (그림1) 어깨부위 엑스레이 사진으로 동그라미 속 어깨뼈를 보면 하얗게 된 부분이 있는데, 이는 근육이 어깨뼈를 자극해 웃자란 뼈의 모습이다. /서울병원

"화면(그림1)에 보면 어깨뼈 끝에 하얗게 비친 부분 보이죠? 저게 웃자람뼈예요. 근육 힘줄이 저 뼈에 긁혀서 파열되기 시작하고 또 뼈도 계속 자극을 받으니까 더 자라게 되는 거죠. 심한 분들은 엑스레이 촬영으로도 확인이 돼요."

◇통증 참기 어려울 것 같은데…

삐죽 튀어나온 웃자람뼈에 힘줄이 긁힌다고 생각하니 소름부터 돋았다. 그럼 퇴행성으로 굳어진 만성 환자들은 그 고통을 어떻게 참을 수 있다는 걸까.

"환자마다 다 달라요. 회전근개는 처음 파열될 때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적응해서 또 안 아파져요. 어떤 환자분은 이렇게 말해요. 의사가 근육이 찢어졌다는데 뭐야, 어깨가 쓸만한데 뭐. 그러면서 그냥 넘기죠. 그러다가 2~3주 지나면 다시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느끼고 병원에 찾아오는데 그땐 너무 많이 망가져서 봉합을 못 할 지경이 되어버려요. 화면(그림2)에 보면 어깨뼈 사이에 하얗게 된 부분 있죠, 저게 근육이 끊어져서 안쪽으로 말려 들어간 모습이에요."

▲ (그림2) CT사진에서 어깨부위에 하얗게 되어 있는 부분은 근육이 떨어져 오른쪽으로 당겨 들어가는 바람에 비어진 공간이다. /서울병원
▲ (그림2) CT사진에서 어깨부위에 하얗게 되어 있는 부분은 근육이 떨어져 오른쪽으로 당겨 들어가는 바람에 비어진 공간이다. /서울병원

근육이 이 정도나 끊어져 들어갔으면 필시 팔을 움직이기 어려울 터. 그 고통은 또 얼마나 클까, 화면만 봤는데도 내 어깨에 통증이 느껴졌다.

▲ (그림3) 어깨뼈 견봉에서 근육이 떨어져나간 모습. /서울병원
▲ (그림3) 어깨뼈 견봉에서 근육이 떨어져나간 모습. /서울병원

"이 화면(그림3)은 내시경으로 찍은 장면인데 조금 전에 봤던 CT의 하얀 부분이 이거예요. 근육이 끊어져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서 여기 공간이 생긴 거죠. 이렇게 근육이 파열되면 무조건 꿰매야 해요. 너무 심한 경우엔 못 꿰맬 수도 있어요. 그래서 수술은 초기에 해야 합니다. 이 화면(그림4)은 파열된 근육 힘줄을 매기 위해 앵커를 박은 모습이에요."

▲ (그림4) 어깨뼈에 앵커를 심는 모습. 파열된 회전근개 수술은 이 앵커에 힘줄을 다시 잇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서울병원
▲ (그림4) 어깨뼈에 앵커를 심는 모습. 파열된 회전근개 수술은 이 앵커에 힘줄을 다시 잇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서울병원

수술 말고는 답이 없을 것 같다. 끊어진 게 저절로 붙을 리 없잖은가.

"파열되지 않고 너덜너덜한 경우라면 약물로 치료할 수 있어요. 그리고 웃자람뼈를 간단한 수술로 제거하면 자극되는 녀석이 없어지니까 파열의 위험성은 상당히 낮아지는 거죠."

◇재활운동은 어떻게?

회전근개 질환이 의심되는 사람에게 답은 선택지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엑스레이든 CT든 찍어봐서 원인이 웃자람뼈에 있으면 이를 제거하고 파열이면 끌어다 붙이고 질환이 약한 정도면 약물치료를 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치료 후 재활운동인데, 절대 근력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관절을 부드럽게 해주는 것이 관건이다.

"수술 후 재활운동을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 오십견이 오기도 해요. 수술 때 뼈를 갈아 힘줄을 붙이는데 이때 피가 꿰매놓은 힘줄을 잘 달라붙게 해줘요. 그런데 이 피가 다른 부위로 흘러가면 그 부위를 굳게 만드니까 풀어주는 운동을 하는 거죠. 회전근개 질환이 있거나 수술한 사람은 힘을 많이 쓰는 일을 하지 않는 게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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