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입사한 지 딱 만8년이다. 적지도 그렇다고 많지도 않은 경력이지만 돌이켜보면 후배일 때가 좋았다. 일을 못해도 '얼마 안 되었으니까', 실수를 해도 '그럴 때 있지 뭐' 용납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달라졌다. 일도 그렇거니와 선배의 역할, 책임감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다른 분야 종사자도 마찬가지겠지.

지난달 통영연극예술축제 뒤풀이 때였다. 당시는 경남도립예술단 창단을 앞두고 '장르 선정'이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자연스레 이야기는 도립예술단으로 흘렀다. 여러 말이 오갔다. 표정은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착잡해보였다. 이때 한 어른이 입을 열었다.

"극단이 된다고 한들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지역 연극계에 배우 기근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만약 도립극단에서 배우를 뽑으면 극단 배우들이 참가할 가능성이 높고 그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고스란히 극단의 몫이 되기 때문에 지역 연극인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지역 극단에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역 극단이 환승역인 것처럼 얼마 있지 못하고 서울로 떠나거나 재정적 어려움으로 그만둔다. 선배 연극인은 그들을 마냥 붙잡을 수는 없다. 다시 돌아오면 그냥 아무일 없는 듯 그들을 품었다. 그 어른은 말했다.

"그래, 당장은 힘들겠지. 그래도 후배 연극인을 위해서 도립극단이 생기면 좋지. 지역에서 계속 연극할 수 있는 이유,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근거가 되니까."

술 때문인가? 괜히 눈가가 촉촉해졌다.

몇 주 후 도립예술단 장르는 극단으로 결정났다. 첫 단추부터 잘 끼워야 한다. 도립극단과 지역 극단들이 상생할 수 있는 조례가 제정되고 사무국이 잘 꾸려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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