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화이트 리스트(전략물자 수출 간소화)' 한국 배제 결정이 야기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노도와 같이 확산되고 있다. 일제 불매 운동은 아베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하겠다는 계획이 나온 직후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되었다. 적지 않은 위약금을 물고 일본 여행을 취소하거나, 편의점 운영주가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일본 제품을 취급하지 않거나, 일본 유명 의료 제품 매장에 수시로 찾아가 불매 상황을 인터넷에 올리는 이들도 있다. '노 재팬'이라는 배너기도 만들어져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누가 이끌지 않았음에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일본 보이콧' 운동이 확산해가는 모습에서, 촛불시위 등 고비 때마다 발휘되는 한국 민주주의의 저력을 읽을 수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행동이 큰 호응을 얻으며 힘을 얻자 일본에 과거사 반성을 촉구하거나 일본 제품 불매를 다짐하는 시민단체도 생기는 등 각계로 일본 '보이콧' 운동이 퍼지고 있다. 카이스트 전현직 교수 100명은 경제보복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기업을 돕기 위해 '소재부품장비 기술자문단'을 꾸리고 활동에 들어갔다. 정부나 지자체도 자극을 받았다. 서울시 중구청은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노 재팬' 배너기를 관할 지역에 설치하기로 했다. 정부도 7조 8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일본 의존도가 높은 전략 품목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틈을 타서 정부가 화학물질 심사 단축이나 특별연장근로 인가 등 기업들의 노동환경 규제 완화 목소리를 수용한 것은 옥에 티다. 노사 간 갈등을 조장하거나 기업의 일방적인 이해를 반영하는 정책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맞선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정책에 부합하는지는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에 기업들이 국가적인 위기 상황을 민원 해결의 기회로 삼는다면 씁쓸하다.

일본 관련 제품의 불매 운동은 일제강점기 물산장려운동의 정신을 잇는 활동으로 성과와 의의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시민, 각계가 역할을 나누고 협력함으로써 일본의 '경제 침탈'이 미치는 영향력을 최소화하거나 도리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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