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수출규제정책을 계기로 우리 산업구조에 큰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일본산 소재부품들에 의존해온 국내 대기업들이 이젠 대체재를 찾아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소재부품들 중에서 당장 국산부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경우는 물론 소수일 수도 있다. 현재 일본 수출규제 대상이 된 불산액·불화수소·레지스트와 같은 20대 핵심소재는 미국·중국·유럽에서 대체 수입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선 국내에서 이 소재들에 대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국가경제에서 자유무역주의라는 이념만 믿으며 시간을 보내는 게 얼마나 순진한 짓인지 이번 사태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소재부품 국적은 중요하지 않고 오히려 나라끼리의 교역을 통해 필요한 부품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기업경영의 단순논리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대기업이 국내 중소기업을 보듬어 동반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제품만 생산하면 된다는 식의 경영논법은 국가들의 정치논리 앞에선 무용지물이 되었다.

현실 국가정치의 관점에서 보면 부품 국산화라는 말이 결코 과거의 표어에 불과하지는 않다. 경제적 강대국과 약소국이라는 위치 차이를 악용해 나타난 현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는 어떠한 대책을 세우고 실행하였는지가 중요하다. 정부는 일본 의존도가 높은 100대 핵심 전략품목의 연구개발(R&D)에 매년 1조 원 이상씩 투자하고 향후 7년간 7조 8000억 원을 투입기로 했다. 핵심 20대 품목은 공급을 1년 안에 안정화하고, 나머지 80대 품목은 5년 안에 국내에서 자체 조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공작기계 핵심부품인 수치제어반(NC)이나 자동차·항공기를 만드는 데 쓰이는 탄소섬유를 당장 개발하기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새로이 제시하는 산업정책 방향이 국내 중소기업들엔 또 하나의 기회로 여겨진다.

국내 대기업들이 현실에 안주해 보여온 보수적인 경영방식을 이젠 바꾸어야 한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 경남 역시 올라타는 지혜를 보여야 한다. 먼저 재료연구소를 원으로 승격하도록 힘써달라는 지역 기업들 요구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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