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주차장도 좁아서 불편한 만삭
임산부라는 이유로 감수해야 하나

32주, 임신 9개월. 나는 다음 달이면 사랑스러운 나의 아이를 안을 수 있는 만삭의 임신부가 되었다. 이제는 배도 많이 불렀고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찬 데다 무더운 여름까지 겹치니 한 번의 외출이 참으로 힘들다. 특히나 운전을 해서 가야하는 먼 곳은 정말이지 몇 번을 생각하고 또 생각한 후 큰 결심을 하고 나선다. 만삭의 몸으로 운전하기도 버겁지만, 가장 큰 걱정은 주차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임산부 전용 주차 공간은 어디에 있는 걸까'라는 의문은 어딜 가나 따라 다닌다. 대체로 남편이 운전을 해주기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지내왔지만, 남편이 회사에 간 시간 동안 다녀야 하는 곳들은 내가 운전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주차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다녀야 한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항상 현실이 되었다.

배가 많이 나오지 않았던 시기에는 큰 불편함이 없었지만 만삭을 바라보는 지금 시점에서는 수많은 불편함에 마주친다.

먼저, 주차 공간이 부족한 곳에서는 주차할 장소를 찾아 목표 장소에서 벗어나고 벗어나고 또 벗어나서 찾아야 한다. 겨우겨우 찾은 공간에 주차를 하고 내려서 목표 장소까지는 수백 미터…. 이 무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가면 이미 도착했을 땐 주저앉고 만다.

물론 운이 좋아 쉽게 공간을 찾아 주차를 해도 문제다. 배가 부른 임신부에게는 차량에서 내리기 위해 많은 공간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보통의 주차장은 임신부가 주차를 하고 내리기엔 너무 좁다.

며칠 전, 친구들과의 모임을 위해 창원으로 나간 나는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내릴 수가 없었다. 위의 이유에서였다. 방법이 없던 나는 지나가던 사람을 붙잡고 주차를 대신 해 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먼저 차에서 내리고, 나의 부탁을 들어주신 분께서는 주차를 해주시면서 "임산부 전용주차장이 없어서 힘드시겠다"며 위로의 한마디를 같이 선물해 주셨다. 정말이지 감사했다. 그러곤 지금 이 글의 주제가 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임산부 전용 주차장이 왜 이리 보이질 않는지, 어디에 있는 것인지 깊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저 임신부이기에 불편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웬만하면 내가 운전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나의 방법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임산부 전용 주차장'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나의 생각은 달라졌다. 왜 임신부라는 이유만으로 이러한 걱정을 해야 하는가?

우리 주변에서는 수많은 장애인 전용 주차 공간을 볼 수가 있다. 장애인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널리 시행된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처럼 임산부들의 불편함도 돌아봐 주었으면 좋겠다. 임산부들도 친구들과 만나 수다도 떨고 싶고, 관광지에 바람도 쐬러 가고 싶다. 임산부라면 집에서 편안히 쉬는 것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2번째 인생을 준비하는 예비 엄마로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서울시에서는 보라색으로 된 임산부 전용 주차 공간을 만들고 확산하기 위한 시도를 시행했다고 한다. 실효성은 조금 더 살펴봐야겠지만, 그 시도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과연 우리에게 체감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미지수다.

찾지 않아도 보이는 '임산부 전용 주차 구역'이 우리 곁에 올 날을 기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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