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환경교육 교류회 불참 결정
한-일 관계에 대한 아이들 생각 궁금

여름방학 동안 도대체 교사들은 뭘 하며 시간 보낼까? 궁금해하시는 분들 꽤 많으실 듯합니다. '방학이 있는 삶'. 일반 직장인들에겐 부러움과 바람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일단 방학은 교사들에게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으로 다가옵니다. 또 다양한 연수 기회도 주어집니다. 각종 연수에 참여하는 선생님들 마음속엔 설렘과 함께 항상 '좀 더 잘 가르쳐야지' 하는 바람이 듬뿍 담겨있습니다.

필자는 지난해 여름방학 동안 중국에 다녀왔었습니다. 20년째 열리고 있는 한·중·일 환경교육 교류회에 참가했습니다. 한국과 중국·일본 세 나라에서 환경교육을 담당하는 교사와 교수, 시민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환경교육 중요성에 공감하고 대중 인식 증진을 위해 노력해 나가자고 다짐하는 자리였습니다. 올해는 일본에서 개최한다는 약속을 남긴 채 헤어졌었습니다. 그리고 그 약속 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방학하기 전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는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한·일 관계에 먹구름이 드리워졌습니다. 언론에서는 '제2의 독립운동', '경제대전'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그런 와중에 일본과의 민간교류가 거의 중단돼 가고 있습니다. 교사들은 공문이 내려와 한·중·일 교류회 참가를 취소하고 말았습니다. 한국 측 교사들은 빠졌지만, 다행히 한·중·일 환경교육 교류회는 계획대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20년 동안 교류회를 이어오면서 일본에 대해 느낀 점이 여럿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일본 사람들 정성이 참 대단하다는 것입니다. 교류회에 참가하는 일본 환경교육가 중에는 그사이 한국말을 제법 잘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한국말로 일본의 침략 전쟁을 반성하고 사죄하는 마음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동안 열린 한·중·일 교류회는 개인적으로 바다 건너 사람들 모두를 '일본놈, 왜놈'이라며 매도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선량한 일본 국민과 아베는 다르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아야 일본을 이길 수 있다는 사실도 새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일 관계 악화로 약간 기운이 없어지고 풀이 죽긴 했지만, 이번 한·중·일 교류회에서는 지구 전체에 몰아닥치고 있는 기후위기와 환경재난에 대해 논의합니다. 미래 세대, 자연과 생명에 대한 피할 수 없는 책임감으로 약속하고 선언합니다. 일본에 가지는 못해도 마음만 가득 담아 선언문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개학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곧 2학기가 시작됩니다. 작금의 한·일 관계를 바라보는 우리 아이들 생각이 궁금해집니다. 짐작건대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하겠습니다' 정도의 힘찬 결의를 다지고 있을 것 같습니다. '가지 않겠습니다. 사지 않겠습니다. 먹지 않겠습니다'란 구호도 되뇌고 있을 듯합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수업 시간엔 무슨 얘기를 해주는 게 좋을까, 어떤 내용을 주제로 토론해보는 것이 좋을까. 많은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일단은 일본 우익과 아베 공부부터 하기로 했습니다. 무조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일러주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열린 '표현의 부자유'전에서 어떤 일본인 할머니가 "전쟁은 여성과 어린이를 가장 큰 피해자로 만든다. 더 이상의 전쟁은 없어져야 한다"며 소녀상 앞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는 사실. 꼭 상기시켜 줄 생각입니다.

더운 여름 지나가고 나면 자칫 잊혀버릴 수도 있는 기후변화와 미래 세대의 생존에 대한 고민도 빠뜨리지 않고 토론해 볼 생각입니다. 문득 개학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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