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문예회관·김해문화재단·창원문화재단 '비공개 지정'
조율사들 "투명하게 선발해야"…재단 "자체 검증 충분"

지자체 공공 공연장의 피아노 조율사 지정 방식에 공정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아노를 보유한 공연장에는 지정 조율사가 있다. 이들은 기획·대관 공연 시 필요한 경우 피아노를 손본다. 문제는 지정 조율사 대부분이 공모가 아닌 추천이나 자체 조사에 의해 선발돼 특정인의 입김과 영향력이 적용될 요지가 있다는 것이다.

한 피아노 조율사는 "도비나 시비로 운영되는 공공 공연장인 만큼 투명성이 요구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공개 절차가 아닌, 교수나 다른 공연장을 통해 알음알음 정보를 교환해 피아노 조율사를 지정하는 건 문제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공연장 대부분 추천 방식 = 도내 주요 공연장에 지정 피아노 조율사 선정 방식을 물었다. 대상은 경남문화예술회관, 창원문화재단(성산아트홀, 3·15아트센터, 진해문화센터), 김해문화재단(김해문화의전당, 김해서부문화센터), 통영국제음악재단(통영국제음악당)이다.

통영국제음악재단을 제외한 공연장은 모두 '추천·자체 조사'라고 답했다.

통영국제음악재단은 매년 초 '피아노 조율 단가계약' 안내 공고를 한 후 수의계약을 진행한다. 계약자격은 △도내 소재 업체 및 개인 △피아노조율산업기사 자격증 소지자 △통영국제음악재단이 정한 기초단가에 공급계약을 하고자 하는 업체다.

나머지 공연장도 지정 조율사가 있지만 별도 기한은 없었다. 문제가 발생하면 지정 조율사를 바꾸지만 아니면 계속 유지되는 형태다.

이들 공연장은 모두 '지정 피아노 조율사'라는 표현을 조심스러워했다. 피아노 조율사가 공연장 소속이 아니며 프리랜서나 업체를 운영하면서 공연장 피아노 조율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창원문화재단 관계자는 "대관 시 연주자가 피아노 조율을 원하면 저희가 소개를 해주는 형태다"며 "만약 대관하는 쪽에서 다른 조율사를 원하면 '문제가 생길 시 책임을 져야한다'는 조건으로 응한다"고 말했다. 즉 강제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내 한 피아노 조율사는 그건 "거짓말"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3·15아트센터 대관 연주자 측으로부터 피아노 조율을 의뢰받았지만 재단 측에서 지정 피아노 조율사를 이용해야 한다고 해 무산된 적이 있다"며 "그건 곧 지정 조율사를 쓰라는 의미"라고 했다.

한편 공연장별로 지정 피아노 조율사수는 경남문화예술회관(1명), 창원문화재단(2~3명), 김해문화재단(2명), 통영국제음악재단(1명)이다.

▲ 통영국제음악재단은 도내 공공 공연장 중에서 피아노 조율사를 유일하게 공고를 내서 뽑고 있다. 사진은 통영국제음악당 외부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 통영국제음악재단은 도내 공공 공연장 중에서 피아노 조율사를 유일하게 공고를 내서 뽑고 있다. 사진은 통영국제음악당 외부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전문분야 공모 진행 어려워" = 도내서 활동하는 피아노 조율사는 40여 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주수입원은 공연장·학교·교회·학원·가정 등이다. 특히 공연장 지정 조율사라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줘 일감을 따기가 좀 더 수월하다고 피아노 조율사들은 말한다.

공연장 측도 유수한 공연장의 피아노 조율 경력을 보고 피아노 조율사에게 일을 맡긴다.

그만큼 '아무개 공연장 지정 피아노 조율사' 경력은 업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하지만 누구나 공연장의 지정 피아노 조율사가 될 수 없다. 전문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부는 공모가 아니니 누구의 눈에 드는가가 선택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또한 학원이나 실력있는 피아노 조율사 스승 밑에서 도제식 교육을 받기 때문에 스승의 입김도 무시하지 못한다.

일부 피아노 조율사들은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인 만큼 더 철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피아노 조율사는 "만약 실력이 아닌 배경이나 누구 스승의 제자라는 입김으로 지정 피아노 조율사가 되고 그 사람이 억대 피아노를 잘못 수리하면 수리 비용은 고스란히 시민 세금으로 쓰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피아노 조율사도 "공공 공연장에서 피아노 조율사를 지정할 때 그 절차가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도내 모 공연장에서는 피아노 조율사가 잘못 조율해 서울에서 활동하는 조율사가 와서 수리했다"고 말했다.

공연장 측은 조율사에게 피아노를 맡길 때 △자격증 유무 △연주자나 공연장의 추천 △다른 공연장 조율 경력 등을 고려해 전문성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공모 방식으로 피아노 조율을 평가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해문화재단 관계자는 "공연장이 개관할 때 기존 다른 극장 쪽에 어떤 조율사가 좋은지 3~4분 정도 추천을 받거나 연주자의 추천을 받기도 한다"며 "피아노 조율은 전문분야며 스타인웨이나 가와이 같은 비싼 장비는 여러 조율사의 손을 타면 고장이 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모로 진행하기 어려운 특수한 분야"라고 말했다. 경남문화예술회관 관계자도 "조율을 맡길 때 자격증 등 자체 검증을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 측의 피아노를 맡은 조율사도 공개모집은 아니며 추천 등의 형태를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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