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청년 관심끌기 어려운 '이순신'
창원시 대형 탑 건립 엄정히 따져보길

이순신 장군 형상 대형 탑(이하 이순신 타워) 건립이 창원지역 이슈로 부상했다.

최근 창원시는 시유지인 진해구 대발령 정상부 옛 군부대 터에 200억 원 예산으로 100m 높이 탑을 2021년까지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곧장 진해지역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반면 누리꾼을 중심으로 비판적인 여론과 신중론이 잇따르면서 찬반 논란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허성무 시장은 이 사업에 대해 "이순신 장군이 진해 합포, 안골포, 웅포해전에서 승리한 자랑스러운 역사가 서려 있다. 우리가 그동안 유명한 자산으로 만들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마음도 담겨 있다"며 "미국 뉴욕 자유의 여신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예수상처럼 도시의 브랜드로 이순신 장군 동상을 거대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요약하자면 이순신 콘텐츠와 탁 트인 바다전망이 핵심 키워드인 셈이다.

충무공 이순신은 우리 민족이 가장 존경하는 역사 속 신화가 된 인물이다. 그렇지만 이순신 장군이 과연 외국인과 젊은이들에게도 먹히는 콘텐츠일까. 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가까운 중국 또는 일본에 100m 규모의 그 나라에서 영웅으로 추앙받는 장수상이 있다면 우리 국민 중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은 어떨까. 최근 청년층 여행패턴을 살펴보면 이미지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 좋은 사진을 찍어 올리고 싶어하고 이러한 이미지들이 또 확산해 여행 트렌드를 만들어 낸다. 이렇게 빨리 변화하는 청년 관광 트렌드에 이순신 장군 콘텐츠가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까. 회의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전망 또한 중요한 부분이지만 인근 지자체에서도 바다전망으로 승부를 거는 곳이 적지 않다. 일찍 시작했던 통영 미륵산케이블카가 좋은 성적표를 얻으면서 사천바다케이블카, 하동 금오산 집라인, 거제 계룡산 모노레일 등이 잇따라 건설됐고, 최근에는 거제 학동케이블카까지 공사가 한창이다. 잘못하면 과잉경쟁으로 서로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관광지 성공의 열쇠는 '다시 찾고 싶은가', '추천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있다. 물론 창원, 특히 진해의 기존 관광자원과의 시너지도 따져봐야 하지만 사실 예단하거나 전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래서 면밀한 검토와 전문적인 타당성용역, 나아가 시민의 여론이 중요하다. 창원시가 올 하반기 용역비용을 확보해 타당성 검증에 들어간다니 엄정하고 객관적인 결과를 기대한다.

아무튼 지금까지 상황을 지켜보면 창원시가 한일관계 시류를 타고 너무 조급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특히 사업대상지가 개발제한구역이자 비행안전구역이라 난항이 예상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 탓에 창원시가 '할 수 있을까, 없을까'에 집중하면서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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