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주요 민생 현안이 해결되면 으레 쏟아지는 것이 있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보도자료'가 그것이다. 가령 지난달 26일 국토교통부 차원에서 KTX 경전선 증편과 창원중앙역 추가 정차가 확정되자 경남도와 창원시는 물론, 이 지역 국회의원인 박완수(자유한국당·창원 의창)·여영국(정의당·창원 성산) 의원 측이 관련 보도자료를 냈다. 자료는 예의 "우리 도지사(또는 시장, 의원)가 이런저런 노력을 해서 시민의 숙원을 해결했다"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기자는 이때마다 곤혹스럽다. 어느 기관 또는 사람 중심으로 기사를 써야 할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경남도는 자료에 창원시와 지역 국회의원의 공로도 언급했지만 창원시는 의원들 노력은 관심 없었고 의원들 역시 경남도나 창원시의 역할은 꺼내지도 않았다. '진실'을 알고는 싶지만 좋은 일에 '누가 더 잘했네' '누구는 한 게 없네' 따지는 게 영 내키지 않는다.

정부 정책·예산 결정구조상 이런 일은 대부분 각 지자체와 지역 의원들의 '공조' 산물로 봐야 옳다. 그래서 지자체들은 정부 부처는 물론 지역 의원들을 찾아가 협조를 요청하고 의원들도 기회 있을 때마다 지자체에 지역 현안 해결을 촉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기중심적으로 보도자료를 내는 건 어쩔 수 없다 해도 최소한 함께 힘쓴 기관 내지 사람을 언급해주는 게 예의 아닐까.

종종 어떤 자료는 '정치적 판단'이 개입된 인상까지 받는다. 정점식(한국당·통영·고성) 의원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통영지역 소아환자 야간진료 개시'와 관련한 자신의 노력을 부각하며 "통영시는 재정 부족 등을 이유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고 깨알같은 '디스'를 했다. 정 의원과 정당이 다른 더불어민주당 소속 단체장이 있는 통영시 역시 이에 질세라 정 의원은 언급조차 않으며 "필수의료 서비스가 가능한 공공의료기관 확충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자찬했다.

누구 말이 진실인지 떠나 통영지역 현안이 해결된 자체가 신기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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