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 잊은 듯한 생가 소유권 소송
다시 고향사랑 베풀 수 있도록

한 가정의 운명도, 한 집단의 운명도, 한 나라의 운명도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인지 최고의 사람이 어디에서 태어났는가는 세상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관심사이다.

의령군은 기부왕 이종환 회장 고향이다. 사람이 몇 모이면 으레 자식·고향 자랑을 하기 마련이다. 비교적 느슨한 성격인 필자는 고향 자랑을 할 때는 차례를 기다리지 않고 나선다. 왜냐하면 자랑하고픈 인물이 있기 때문이다.

재벌이라는 사실은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존경까지 더하기란 쉽지 않다. 내고향 대선배이자 어른이신 이종환 회장이 세계인으로부터 존경 받는 이유는 바로 전 재산을 털어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을 설립, 인재육성의 길을 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의령군은 군민 자부심이자 자랑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 접한 의령 소식도 바로 이종환 회장의 생가 소송 관련 뉴스다.

최근 보도된 기사를 보건대, 행정상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는 군의 말을 믿고 기부채납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문서에 날인을 하는 바람에 이종환교육재단은 실제 기부채납을 해 달라는 소송에 피소되는 현실을 맞게 된 것이다.

내고향 의령은 충과 예의 고장이라 불린다. 충이란 개인보다 나라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이고, 예란 상대를 배려하고 웃어른을 공경한다는 의미로 볼 때, 앞뒤 사정이 어찌됐건 자기 고장 출신 어른과의 소송이라니…. 군이 도리를 잠시 잊은 듯해 아무 힘도 없는 필자가 이렇게 지면을 빌려서라도 이종환 회장께 용서를 구하고 싶은 심정이다.

무엇보다 이 다툼으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재단으로부터 장학금 수혜를 보던 많은 학생·학부모이다. 그런데 군은 이점에 대해서도 사과 한마디 없고 냉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고향 의령군으로부터 받은 모멸감 때문에 이종환 회장은 과거 수십 년 동안 베풀어오던 각종 고향사랑을 모두 끊었다. 이것이 의령군이 바라는 발전이란 말인가.

이종환 회장은 자신의 생가마저 기부할 뜻이 처음부터 없었다는 입장을 누차 표명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누구라도 자기가 나고 자란 생가를 남에게 주겠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의령군은 소송에 앞서 보편적인 정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처음 생가를 조성하자고 뜻을 같이했을 때 군은 의령인 이종환 회장과 함께 제고장을 알리고자 했을 것이다. 그리고 생가복원으로 의령 입지를 보다 우뚝하게 하겠다는 계획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고향 어른인 관정 이종환 회장을 모셔와 군민·관광객들에게 어른의 큰 뜻을 배우게 하고, 더 큰 사랑을 베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함이 마땅하다.

의령군이 처음 출발점으로 돌아와야 한다. 한 개인의 생가 소유권 확보에 행정적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 이를 전환점으로 더 큰 의령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힘을 분배해 주었으면 한다. 의령군은 투자도 끊기고 인구도 점점 줄고 있지만, 미래를 이끌 학생이 아직 남아 있다. 밑거름을 주고 멀리 나아가게 해야 한다. 이종환 회장 철학을 배워 사람에 투자하고, 그 결실이 열 배 백 배가 돼 내고향에 다시 돌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소탐대실이 아닌 대탐소실의 의령군이 되기를 촉구하며, 부디 패착의 길에서 돌아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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