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여 점 규모 희귀자료
"개인보관·관리 한계에"

간다 간다 하던 게 벌써 반년이 지나 버렸다. 지난해 말 신세계백화점 마산점 건너편 성주빌딩 10층에 문을 연 목영서헌(木影書軒). 마산에서 활동하는 이광석(84) 원로 시인의 서재이기도 하고, 사랑방이기도 한 공간이다. 당시 문을 열면서 문화공간으로 활발하게 활용하겠다고 한 터라 그동안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던 터다.

이광석 시인이 소장한 자료가 엄청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경남문학관이나 마산문학관에 제법 자료를 기증하기도 했지만, 목영서헌에 있는 자료만 3000여 점. 그러고도 여전히 그의 집에 자료가 한가득 쌓여 있다고 한다. 물론 그의 가족들에게 이런 자료는 천덕꾸러기다. "제발 책 좀 내버리라고 가족들의 성화를 몇 번이나 들었어요. 그러다가 마침 누가 공간을 빌려 줄 테니 해보라 해서 이 자리에 만들었는데, 여기도 언젠가는 비워줘야겠지."

▲ 목영서헌 자료를 설명하는 이광석 원로시인. 그는 이곳 자료를 적당한 공공기관에서 가져다 체계적으로 관리해주기를 원하고 있다. /이서후 기자
▲ 목영서헌 자료를 설명하는 이광석 원로시인. 그는 이곳 자료를 적당한 공공기관에서 가져다 체계적으로 관리해주기를 원하고 있다. /이서후 기자

목영서헌에는 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회갑을 넘은 책들이 가득하다. 1950, 60년대 출판된 시집들이 특히 많은데, 청록파 동인집 초판본, 김춘수 첫 시집 등 지금 와서 보면 꽤 의미 있는 책들이다. 특히 김춘수 첫 시집은 김춘수 시인 자신도 갖고 있지 않은 것이라 한다. 이런 자료를 잘 보관하려는 뜻이 먼저지만, 이 시인은 목영서헌이 단순한 자료 보관소가 아닌 무언가 가벼우면서도 다양한 활동이 벌어지는 공간이길 바랐다. 그래서 지난 6월 이곳에서 시낭송 콘서트가 열리기도 했다.

전문가뿐 아니라 주변 동네 할머니도 참여해 즐겼다는 말에서 이광석 시인이 원하는 이 공간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지금은 날도 덥고 하니까, 이제 여름 끝나면 시뿐만 아니라 수필이나 자서전 강의도 하고, 서로 묻고 싶은 것도 묻고 하는 행사를 벌이려고 해요.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조그만 공간이지만 이런 활동이나마 열심히 하면 문향의 도시 마산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지 않겠나 싶어요."

▲ 1954년 발행된 김춘수 시인 첫 시집 초판본. /이서후 기자
▲ 1954년 발행된 김춘수 시인 첫 시집 초판본. /이서후 기자
▲ 1950년 재발행된 한용운 <임의 침묵>. /이서후 기자
▲ 1950년 재발행된 한용운 <임의 침묵>. /이서후 기자

앞서 이야기했지만, 목영서헌도 언젠가는 비워줘야 할 공간이다. 그렇다고 평생 차곡차곡 모은 자료들을 그가 개인적으로 보관하기에는 이제 무리가 있을 듯하다. 그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의 자료를 잘 보관해줄 사람이나 기관이 나타나는 일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한 권 한 권이 모두 문화적인 가치가 큰 자료예요. 책임 있는 기관에서 가져다 보관을 해 주면 좋겠어요. 제가 무슨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단순히 도서관 같은 곳에 다른 책들과 함께 꽂아 두기보다는 연대별, 시대별 잘 정리해서 문화 자산으로 잘 활용해 주면 더할 나위가 없지요."

과거 자료를 잔뜩 펼쳐 놓은 목영서헌을 둘러보며 시인은 마치 먼 미래를 바라보듯이 말했다.

▲ 목영서헌 자료를 설명하는 이광석 원로시인. 그는 이곳 자료를 적당한 공공기관에서 가져다 체계적으로 관리해주기를 원하고 있다. /이서후 기자
▲ 목영서헌 자료를 설명하는 이광석 원로시인. 그는 이곳 자료를 적당한 공공기관에서 가져다 체계적으로 관리해주기를 원하고 있다. /이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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