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국제적 우려에도 일본 정부가 지난 2일 각료회의에서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가(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의결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이다. 자유무역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로 한국기업에 타격을 입힐 뿐만 아니라 국제분업체계를 교란하고 일본기업에도 손해를 끼칠 것이다. 일본이 공작기계 핵심 부품인 수치제어반 수출을 규제하면 기계·조선산업이 주축인 경남에서는 공작기계 제조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컴퓨터수치제어반(CNC)은 일본·독일이 양분하는데, 일본산 가격이 낮아 국내 수입 중 91%에 이른다.

정부는 대응 조치로 전략물자 수출통제 심사 간소화 대상국에서 일본을 제외하고, 대체 수입처 확보 지원, 세계무역기구 제소 본격 추진, 소재·부품·장비 산업 기술개발 예비타당성 심사 면제, 대·중소기업 환경, 노동 규제 완화 등을 내놨다. 경남도에서도 일본 수출규제 관련 설명회 개최, 상담창구 개설, 대외경제민관협의체 가동 등과 함께 기술력 향상, 도내 소재·부품기업과의 기술과 정보 공유, 대기업-중소기업 밸류체인 구축 등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대체 물량 확보, 연구개발과 시설투자가 활발히 이뤄지도록 투자세액 공제, 관세 경감, 금융 확대 등으로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국산화를 명분으로 환경, 노동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곤란하다. 신증설 중인 공장이 빨리 완공되도록 환경분야 절차를 줄이겠다고 하는데, 이는 기후변화 억제와 미세먼지 감소를 위해 환경규제를 강화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와 충돌한다. 또 재량근로제를 확대하는 것은 노동조합이 없는 곳에서 주52시간제를 무력화하고 정보기술 분야에서 고질적인 초과노동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먼저 소재·부품·장비 분야 중소기업 기술혁신을 저해했던 대·중소기업 불공정 생태계를 개선해야 한다.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일본의 높은 경쟁력은 다수 노벨상 수상자 배출 등 기초과학기술 수준이 높은 데서 나온다. 의료·법조계로 쏠린 우수인력을 기초과학 분야로 유도하는 획기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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