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공사(KBS)는 국민의 시청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다. 이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기업과는 엄연히 다르다. 그런데 한국방송공사는 경영 어려움을 이유로 수십 년간 서부경남 주민들과 애환을 같이한 진주방송국 축소를 예고했다. 공공성을 저버렸다는 비난과 반대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데도 이런 결정을 한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쟁력 저하가 서부경남 주민들 탓도 아니고, 공익방송이 이익을 좇는 모습으로 비춰져서는 오히려 한국방송공사의 설 자리만 좁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방송공사는 최근 '비상경영계획 2019'라는 계획을 통해 지역방송국 광역화를 내놓았다. 각 광역자치단체에 거점 방송국을 하나씩만 두고 진주와 같은 지역 방송을 통폐합하겠다는 것이다. 비상경영계획이라는 것에서 보듯 한국방송공사의 경영이 어려워진 모양이다. 과거 미디어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을 때와 달리 지금은 각종 종편들과 경쟁을 해야한다. 어떤 이유이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을 가로막을 수는 없다. 공익추구라 하더라도 종편보다 못하게 전락하는 것을 바라는 국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쟁력 강화가 꼭 지역방송국을 줄여야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손해를 보더라도 공익성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공사체제를 유지하고 국민들은 기꺼이 시청료를 내는 것이다. 진주방송국을 비롯해 7개 지역 방송국 기능을 줄이는 것이 얼마나 도움되는지는 모르지만, 경쟁력 확보를 명분으로 기능을 축소하는 것이 오히려 경쟁력을 해치지는 않을까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한국방송공사는 시청자위원회를 비롯한 서부경남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시청료 또한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경쟁력 확보는 역발상으로도 가능하다. 없애는 것을 능사로 할 것이 아니라 지역 문화 거점으로서 거듭나는 것이 오히려 토대를 굳건히 하고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주민 반발과 외면은 누가 보아도 문제를 어렵게 할 뿐이다. 경영을 잘못해 놓고 애꿋게 지역의 방송국에다 전가했다는 비판을 모면하려면 이번 계획은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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