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로폼 양식장 부표·통발 등
바다 흘러들어가 해양오염 유발
통영 어민 직접 정화나서 '눈길'

"포털 지도에서 통영 방화도를 검색해 확대하면 연안 하얀색 부분이 마치 백사장처럼 보입니다. 양식장 부표 등이 떠밀려와 쌓여 있거나 스티로폼 가루가 쌓여 다져진 모습입니다. 위성 지도만 봐도 해양 쓰레기 문제는 심각합니다."

미세플라스틱을 이야기하면서 양식장 부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해양 쓰레기를 지적하면서 침저 쓰레기(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은 쓰레기)는 필수적입니다. 특히 바다 경제가 지역을 일군 통영, 남해안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다행히 그동안 바다 쓰레기 '가해자'들이 '보호자'로 나섰습니다. 불행한 건, 그 노력이 전체 해양 쓰레기 문제의 10%도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 통영지역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방화섬 해양 쓰레기 정화 활동을 하고 있다. /통영환경운동연합
▲ 통영지역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방화섬 해양 쓰레기 정화 활동을 하고 있다. /통영환경운동연합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매년 우리나라 바다로 들어오는 해양쓰레기 총량은 약 17만 7000t으로 추정된다. 육지에서 들어오는 것이 67%, 바다에서 들어오는 것이 33%다. 바다로 들어온 쓰레기들은 해안에 밀려와 쌓이거나 바다 위를 떠다니고 혹은 바다 밑 바닥에 가라앉아 있다. 환경부는 90%가 침저 쓰레기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국 굴 생산량의 70%는 통영 앞바다 몫이다. 바다를 흰 점으로 메운 스티로폼 부표는 한 달만 햇빛에 노출돼도 바스러지고, 파도에 흔들리면서 조금씩 떨어져 나간다. 미세플라스틱이 된 가루는 바람에 날리기도 하고 물고기 먹이가 되기도 한다.

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이 2012~2014년 전국 18개 해안 미세플라스틱 오염도를 조사해보니 세계 최고 수준이었고, 오염물질의 99%가 스티로폼이라는 결과를 내놨다.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해안변 정화활동을 하는 통영환경운동연합은 "도산면·광도면·용남면 등 양식용 폐스티로폼(폐부자) 수거에 앞서 현장 조사를 나가보면 꾸준한 운동에도 여전히 무단으로 길가에 쌓아두는 곳이 있고, 악취가 나고 있다. 쌓인 스티로폼 폐부자는 한쪽은 멀쩡한 상태지만 한쪽은 숭숭 구멍이 나 이미 미세플라스틱화가 진행된 것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 부식이 많이 진행된 양식용 스티로폼이 햇빛 차단막도 없이 해안에 쌓여 있다. /통영환경운동연합
▲ 부식이 많이 진행된 양식용 스티로폼이 햇빛 차단막도 없이 해안에 쌓여 있다. /통영환경운동연합

정정옥 용남면 선촌마을 부녀회장은 "해안가 일부는 밟으면 푹신푹신할 정도로 잘게 부숴진 폐부자가 모래와 두껍게 쌓여 있다. 1m를 파도 하얀 가루가 나온다. 단체, 학생, 주민들이 단합해 해양 쓰레기를 치우고 있지만, 갈 때마다 쓰레기는 여전하다. 모든 노력을 다해보고자 육지 쓰레기 제거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22일 용남면 주민들은 마을 정화활동을 하고 있었다. 집 앞, 골목, 밭에 포대(비닐)·어구·어망·밧줄 등을 내버려두면 햇빛 노출로 잘게 부서지는 것도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어업 활동 중 바다에 버려진 밧줄, 그물, 비닐봉지는 선박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선박사고 원인 중 10분 1은 해양 쓰레기가 원인이다.

쓰레기가 해안이나 얕은 바다 밑에 집중적으로 쌓여 생물 서식지를 아예 덮어버리는 일도 있다. 그물에 덮여버린 산호초는 더는 알과 치어를 보호해 주지 못하고, 바다 밑바닥이 썩고 생물이 살 수 없게 된다.

통영환경련은 "통영 어선 80척이 조업을 나가면 보통 3만 개 통발을 쓴다. 그런데 일 년에 통발 사용량은 8만 개로, 5만 개를 교체한다. 5만 개 통발 중 회수되는 게 없고 바다 어디에 두는지 알 수가 없다. 그 통발은 어디로 갔을까? 그렇다면, 꽃게 잡는 그물은 어떨까?" 하고 반문했다.

▲ 통영 앞바다에서 끌어 올린 쓰레기. /통영환경운동연합
▲ 통영 앞바다에서 끌어 올린 쓰레기. /통영환경운동연합

일단 바다로 들어간 쓰레기를 거둬들이고 처리하려면 육지에서보다 몇 배의 돈이 든다. 잠수부를 고용하거나 중장비를 이용해야 한다. 또 처리에 앞서 쓰레기에 달라붙은 굴, 따개비 등을 제거하고 짠 바닷물 등도 씻어내어야 한다.

이 때문에 재활용이나 소각, 매립에 어려움이 많다. 잠수부가 투입돼 수중에서 폐어구를 거둬들이지만 일일 수거량에 한계가 있고, 바다 곳곳에 넓고 복잡하게 얽혀 있다.

통영환경련은 "2014년부터 매주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모여 해양 쓰레기를 치우고 있지만, 아직 10%도 처리하지 못했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방치돼 있다. 바닷속 작업이 쉽지 않은 해양 침적 쓰레기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결국, 먹이사슬로 연결된 우리도 절대 안전하지 않다"며 해양 쓰레기 해결에 관심을 당부했다. 잘 쓰고 잘 담자. 쓰담쓰담.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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