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바다별장이라 불리던 저도가 오는 9월부터 국민들에게 개방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청해대라 칭하며 일반인들의 거주나 왕래를 막은 지 47년 만의 일이다. 당분간은 식민지시대부터 사용한 군사시설과 별장시설을 제외한 산책로나 전망대, 해수욕장, 골프장부터 임시로 이용하게 하다가 여건이 갖춰지면 본격 개방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을 지켜 남해의 아름답고 유서 깊은 저도를 국민에게 돌려주기로 한 것은 매우 뜻깊고 환영할 일이다. "아름답고 특별한 곳을 대통령 혼자 지낼 것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즐겨야겠다"는 그의 생각이 실천되면 남해안과 거제 인근에 생태관광을 활성화시키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개방소식이 알려지면서 언론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저도의 추억을 앞다투며 다뤘다. 박정희 전 대통령 일가가 자주 찾았던 곳이니 남다른 추억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70년대까지 대대로 살다 떠날 수밖에 없었던, 그래서 거의 50년 만에 고향땅을 밟은 주민들에게 저도의 추억은 어떨지 생각할 줄 아는 포용력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의 저도 개방 실천은 국민들에게 잊지 못할 다른 기억을 환기시켜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제5공화국 시절 전두환 씨가 대통령 휴양지 및 별장으로 지은 청주의 청남대를 충청북도에 소유권을 넘겨줘 국민들이 즐겨 찾는 테마관광지로 이용할 수 있게끔 바꾸었다. 과거 청남대는 청와대 공인 및 내외빈 외에는 일절 접근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경비가 삼엄하고 통제가 심했던 곳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국민의 품에 돌려준 뒤 청남대는 대통령 역사문화관과 휴양시설이 있고 대청호를 낀 경치가 아름다워 누구나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명소로 바뀐 것이다. 앞으로 저도도 국민들 품에서 공동의 공공자산으로 새롭게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천혜의 환경으로 보아 저도를 찾는 관광객과 새로 거주하게 될 주민들 사이에서 사랑받고 널리 활용되는 남해안 생태관광의 요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제왕적 대통령만 이용하던 장소가 국민 속에서 어떻게 변신할지 상상만 해도 즐거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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