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서 4년간 36건 발생
'징역형'엄벌은 단 1명뿐
형법보다 느슨한 소방법
발의된 개정안 국회 계류

#지난 23일 오후 10시 35분께 창원 마산합포구 산호동 한 노래연습장으로 출동했던 구급대원은 폭행을 당했다. 구급대원은 술에 취해 넘어져 얼굴을 다친 40대 남성을 병원으로 옮기던 중이었다. 남성은 "어디로 가냐, 죽을래"라며 구급대원의 목을 졸랐다.

#지난해 12월 창원 성산구 한 길가에 술에 취한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도 왼쪽 뺨과 눈 주위를 맞았다. 그는 40대 남성으로부터 "개××야"라는 욕설도 들었다. 남성은 지난 24일 창원지방법원에서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시민의 생명을 살리는 소방관을 폭행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시민 인식을 개선해야 하지만, 이를 위해 처벌을 강화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이에 따라 관련 법 개정안이 여럿 발의됐으나 처리된 것은 하나도 없다.

경남·창원소방본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7월까지 도내 소방관 폭행 사건은 모두 36건이다. 도내 소방관 폭행 처벌 현황을 보면 집행유예 13명, 벌금형 12명, 징역형 1명, 기소유예 1명, 기타(공소권없음) 1명 등이다. 9명은 아직 재판 중이다.

이와 관련해 처벌 강화가 능사는 아니지만, 소방관 폭행 근절을 위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법을 고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제기됐었다.

지난해 전북 익산 강연희 소방경을 폭행해 숨지게 한 피의자의 처벌도 한 예다. 지난 29일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형사2단독(장한홍 부장판사)은 소방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ㄱ(49) 씨에게 징역 1년 10월을 선고했다.

ㄱ 씨는 지난해 4월 익산 시내 한 도로에서 쓰러진 자신을 구하러 온 강 소방경에게 욕설을 하고 머리 부위를 6차례 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강 소방경은 폭행을 당한 후 구토와 경련 등 뇌출혈 증세를 보이다 29일 만에 숨졌다. ㄱ 씨는 강 소방경 외 다른 이들을 모욕하거나, 도로에 누워 교통을 방해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ㄱ 씨에게 선고된 형량은 일반적인 '폭행치사' 양형기준과 달랐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기준을 보면 폭행치사는 기본적으로 2~4년형, 감경이 되더라도 1년 6월~3년형을 선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한 법원 관계자는 "소방기본법 위반 혐의로 재판이 진행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방기본법은 폭행이나 협박으로 소방대원의 구조·구급활동을 방해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이후로 국회에서는 소방관 폭행을 예방하고자 처벌을 강화하자는 소방기본법·119구조구급법 개정안 10건이 발의돼 있으나 모두 계류 중이다. 개정안들은 △음주 등 심신미약 상태로 소방관 폭행 시 감경 불가 △소방활동 방해 시 10년 이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 △소방대원 폭행 시 가중처벌 등 내용을 담았다.

이에 대해 경남 도내 한 소방관은 "소방기본법에서 소방관 폭행에 대한 처벌은 두루뭉술한 면이 있다. 소방관을 폭행한 사람의 약 90%는 음주 상태다. 인식 개선을 위한 '경고 메시지' 차원에서라도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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