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물혹 치료없이 관찰
가족력·당뇨 악화땐 의심
췌장암 증식 동시 전이돼
나이 등 고려해 수술결정
검증 안된 치료법 피하길

"췌장에서 발생하는 종양이 모두 최악의 암이라는 췌장암은 아닙니다. 물혹 중에는 치료가 필요하지 않아 관찰만 하는 종양도 많으므로, 전문의 소견 없이 지레 좌절하지 마세요."

스티브 잡스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 유독 예후가 나쁘다고 알려진 췌장암(췌장신경내분비암). 그러나 삼성창원병원 외과 최성호(59) 교수는 "췌장암이 무섭지만, 췌장에 생기는 병변이 모두 무서운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췌장 물혹 발견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의 도움말로 췌장 종양에 대해 알아본다.

◇췌장 물혹

이자라고도 불리는 췌장은 소화를 담당한다. 신장과 같이 복벽 뒤에 있는 후복막 장기로, 상복부의 위와 척추 사이에 있다.

췌장 종양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가장 흔한 것은 양성인 낭성종양으로, 장액성과 점액성 낭성종양, 췌장 관내 유두상 점액종양, 고형 가유두상 종양 등이 있으며, 악성 종양으로는 췌관 선암종과 선방세포 암종, 신경내분비 종양도 있다. 낭성종양 중에서도 악성이 있으며, 양성이던 것이 악성으로 바뀌기도 한다.

일부 물혹, 특히 장액성 낭성종양은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점액성 종양도 췌관 내 점액종은 악성질환으로 변환이 5~30% 정도 이루어지므로, 악성으로의 변화가 의심될 때까지는 치료 없이 관찰한다.

최 교수는 "점액성 낭성종양의 경우 과거엔 췌장절제술이 표준치료였으나, 근래 들어 악성변화가 예상한 것만큼 많지 않아 일괄적 수술은 지양하고 정기적 관찰을 통해 악성으로의 변화를 추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근래 수술 술기의 발달과 복강경 수술 적용으로 합병증 발생과 환자에게 가해지는 침습 정도는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가장 수술이 어려운 장기이고, 치명적 수술합병증 발생률이 높고 췌장 절제수술 자체가 인체에 큰 손실을 초래하므로(내분비 기능 저하로 인한 당뇨, 외분비기능 저하로 인한 소화장애, 영양실조) 꼭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 수술이 시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췌장암, 왜 위험한가

일반적으로 췌장암은 발견이나 접근이 어려워 진단할 때는 이미 치료 시기가 늦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최 교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를 들었다.

생물학적 특성이 다르다는 것.

최 교수는 "첫째, 다른 암들은 암세포가 외부로부터 반응에 의해 유전자가 변화해 암이 된다. 이후 암이 증식해 커진다. 어느 정도 커지면 다른 데로 이사 간다. 즉, 전이가 일어난다. 증식이 다 이루어지면 다른 장기로 나가는 것이다"며 "하지만, 췌장암은 암세포가 변성이 되고 증식하려는 순간부터 전이한다. 발견이 늦어서 치료를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초기부터 전이를 해버린다. 발견 당시 이미 전이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차이점은 항암치료에 대한 저항성이다.

최 교수는 "다른 고형성 암의 암 덩어리는 거의 다 암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췌장암 덩어리는 췌장암 세포가 얼마 안 된다. 암세포를 보호하는 '갑옷'이 많다. 대부분 섬유질인데, 이것이 갑옷처럼 있고, 그 사이사이 암세포가 박혀 있다"며 "그 얘기는 항암치료를 할 때 약물이 암세포까지 직접 전달되지 못하게 보호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암은 인체 유전자가 암성 유전자로 변하는 것이지만, 암으로 변하는 유전자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세포가 암으로 변하려고 할 때 억제해주는 유전자가 있는데, 이것이 약해졌을 때 암이 많이 나타난다.

세포가 암으로 변하는 원인은 크게 환경, 바이러스, 유전적 요인을 꼽는다.

환경 요인은 발암물질에 얼마나 노출되느냐인데, 제일 흔한 것이 담배이다.

최 교수는 "췌장암 위험 요인으로 가장 확실하게 알려진 것이 담배이다. 담배를 피우면 발병률이 3배 더 높다"며 "췌장암 예방법은 딱히 없으나, 위험 인자를 피하며 사는 것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 삼성창원병원 외과 최성호 교수가 췌장 종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삼성창원병원 외과 최성호 교수가 췌장 종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발견과 치료

그렇다면 어떤 경우 췌장암을 의심할 수 있을까.

최 교수는 "원인 모를 체중감소, 명확하지 않은 복부통증이 있을 때, 갑작스럽게 당뇨가 생겼거나, 있던 당뇨가 갑자기 악화됐을 때, 여기에 췌장암 가족력까지 있으면 꼭 검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췌장암에 맞는 건강검진 방법은 없다.

최 교수는 "복부CT 중 췌장을 타깃으로 하는 CT가 췌장 종양을 파악하기에 적합한데, 의심할 때 찍어야 한다. CT는 방사선 노출이 많기 때문이다. 비용 문제도 있다"며 "고가의 건강검진을 하는 사람 중에는 1년마다 췌장 MRI 촬영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췌장암은 진단 후 1년이면 이미 사망이다. 위암이나 대장암은 1~2년에 한 번씩 검사해도 되지만, 췌장암은 굉장히 진행이 빠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혈액검사 중 CA19-9 혈청종양표지자 검사를 하기도 하는데 이 검사만으로 췌장암을 진단할 수는 없다. 대장암과 위암, 여성질환이 있을 때도 수치가 증가할 수 있으며, 종양이 없어도 수치가 높을 수 있다.

모든 췌장암 환자가 수술대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 교수는 "췌장암 환자 100명 중 20명가량만 수술을 한다. 80%는 수술까지 못 간다. 그러니까 당연히 예후가 나쁘다. 수술을 해도 5년 생존율이 25~30% 정도"라고 밝혔다.

수술은 간 등에 원격전이가 없고 국소적으로 주요혈관 침범이 없을 때, 그리고 환자가 수술을 견딜 만한 상태일 때 가능하다. 췌장암 수술은 큰 수술이기 때문에 나이, 영양상태, 심장질환이나 폐질환과 같은 동반질환을 고려한 전신상태 등 환자 상태를 보고 수술을 결정한다.

최 교수는 외과 의사 입장에서 췌장암 치료 방침의 발전은 2가지 면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신약개발. 이로 인해 생존기간이 많이 늘어났다.

두 번째는 외과 수술이 좀 더 적극적으로 변화한 것이다.

최 교수는 "위험한 수술도 할 수 있도록 수술 술기가 늘었다. 그 배경은 합병증을 치료해주는 영상중재술이 도와주기 때문이다. 혈관이 터지는 큰 합병증 등에 대한 대처가 좋아져 사망률이 떨어졌기 때문에 의사들이 좀 더 위험한 수술을 할 수 있다. 신약 개발과 적극적인 외과수술이라는 두 바퀴 축이 함께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영상중재술, 즉 인터벤션 영상의학(Interventional Radiology)은 영상장비를 이용해 진단이나 치료를 하는 의학분야를 말한다.

최 교수는 "췌장암 수술은 팀이 꾸려지지 않으면 어렵다"며 "먼저, 진단하는 소화기내과에서 초음파 내시경 등으로 치료적인 것까지 일부 담당하고 있다. 다음은 수술을 하는 외과. 또 췌장암은 1기라도 반드시 항암치료를 해야 하므로 종양내과와 방사선치료를 수행하는 방사선종양학과도 함께 해야 한다. 여기에 인터벤션 영상의학이 뒷받침돼야 한다. 여기까지가 치료에 관한 부분이고, 사진을 잘 봐주는 영상의학, 조직 이해도가 높은 병리의사까지 포함해 팀이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최 교수는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경계하라고 경고했다.

최 교수는 "수술이 안 되는, 절망적인 췌장암이라도 표준치료라는 게 있다. 예후가 나쁘다고 주위 말만 듣고 검증되지 않은 다른 비싼 치료를 찾는 사람들이 있는데, 표준치료가 괜히 표준이 아니다. 여러 전문가가 검증했고, 다른 것에 비해 성적이 좋기 때문에 표준치료로 정해진 것이다. 그러니 꼭 표준치료를 받아라"며 "표준치료가 효과 없을 때 기댈 수 있는 것은 종양내과 의사들이 하는 임상시험"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회사에서 신약을 개발할 때 임상시험을 하게 된다. 비용은 환자가 아닌 제약회사가 부담한다.

최 교수는 "제약회사는 가능성이 있는 곳에 투자한다. 많은 전문가가 모여서 하는 것이므로, 한두 사람이 사견으로 추천하는 비싼 치료보다 월등히 치료의 질이 좋을 수 있다"며 "의료는 비싸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좋은 것, 기대치가 있는 것들은 비싸더라도 이미 나라에서 지원해 부담을 덜어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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