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금·물품 전달 벗어나 '전공 살리기'
복지시설은 후원 줄어 되레 전전긍긍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지역 소외계층을 찾아가 성금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신들의 주력 업종, 전문 분야와 연계해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이 늘고 있다. 창원 한화파워시스템은 공기압축기를 생산하는 기술력을 십분 발휘해 자체적으로 공기청정기를 제작해 보급 중이다. 제품 설계부터 디자인, 제작까지 모든 공정에 직원들이 재능기부 형태로 참여했다. 현대위아는 교통안전 캠페인의 하나로 '어린이 가방 안전 덮개'를 제작해 지난해부터 전국 초등학교에 보급하고 있다. 현대위아는 현재까지 2만 개가량의 안전덮개를 전국의 학생들에게 나눠줬고, 올해도 2만 개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4년부터 기존 리어카보다 가볍고 안전성을 더한 '사랑의 리어카'를 제작해 기부하고 있다. 이 회사는 리어카 브레이크에 대해 실용신안도 취득했고, 관련 기술을 원하는 지자체나 기업체에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이들 기업 관계자는 "회사 특징을 살린 공헌 활동에는 참가자들이 주말을 반납한 채 참가할 정도로 열의도 높다"면서 "봉사활동 하면 '가욋일'로 생각하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보면 놀랍다"고 말했다.

협력업체의 성장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LG전자와 두산중공업은 최근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나란히 최우수등급과 우수등급을 받았다. 동반성장지수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촉진을 목적으로 대기업의 동반성장 수준을 평가하여 계량화한 지표로 동반위가 지난 2011년부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년 1회 정기적으로 공표하고 있다. 평가대상 기업은 국내 매출액 상위 기업 중 사회적 관심이 많고 평가에 따른 파급 효과가 큰 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확대 선정하고 있다.

사회공헌 활동이 더욱 다양해지는 건 분명히 긍정적인 신호지만, 의도치 않은 그림자도 존재한다. '전공'을 살리려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반대로 성금이나 물품 전달의 수혜대상이던 복지시설을 찾는 발걸음이 줄어든 것. 한 복지시설 관계자는 "김장철이면 직원들을 데리고 찾아와 김장을 해주던 기업에서 다른 사회공헌 아이템을 고민 중이라는 얘기를 듣고 1년만 더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면서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면 우리처럼 영세한 시설을 찾는 기업이 줄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 기업체 관계자도 "해마다 명절이면 관내 어려운 시설을 찾아 떡과 선물 등을 전달했는데 발길을 끊을 수가 없어 고민 중"이라며 "회사에서는 새로운 사회공헌 활동을 은근히 바라는 분위기인데, 후원이 끊어지면 해당 시설에 타격을 줄까 싶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기업 특성을 살린 사회공헌 활동이 아직 도움이 필요한 소외계층에는 정작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어떤 식의 사회공헌 활동이 진정으로 더불어 사는 삶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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