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로와 허황옥·허석왕자 등 김해신화를 산책로에서 만나요
유치원·초등대상 체험 활동도 역사유적·자연 경관도 즐겨요

◇분성산 정상의 김해천문대

김해천문대는 분성산 정상에 자리잡고 있다. 2002년 만들어진 김해천문대는 우리나라 유일한 시민천문대라 할 수 있다. 다른 많은 천문대들이 모두 과학 전문화로 나가고 있지만 김해천문대만큼은 대중화를 지향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생태테마관광 육성 사업 공모에 지난해와 올해 연거푸 선정된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근본 취지는 생태테마 자원과 문화콘텐츠를 융합하여 해당 지역에 걸맞은 스토리텔링을 펼쳐나가도록 하자는 데 있다.

공모에 선정되면서 김해천문대는 김해가야테마파크 언저리에 있는 입구에서 천문대에 이르는 700m 산책로에 스토리를 입힐 수 있었다. 적당한 간격으로 안내판을 세우고 밤에 어두워지면 바닥에서 간단한 애니메이션 불빛을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김수로왕과 석탈해의 변신 싸움은 독수리 별자리와 이어지고 알에서 태어났다는 김수로왕 탄생 설화는 백조 별자리를 소개하는 모티브가 되었다. 허황옥이 인도에서 배 타고 올 때 별자리를 길잡이 삼았다는 얘기는 당연히 북극성으로 넘어간다. 예전에는 그냥 힘들게 걷기만 해야 했던 밋밋한 오르막이 이제는 김해의 신화와 그리스의 신화가 어우러지는 이야기길이 되었다.

▲ 천체망원경을 보는 유치원 아이들.  /김해천문대
▲ 천체망원경을 보는 유치원 아이들. /김해천문대

김해천문대가 펼쳐보이는 프로젝트 명칭은 '비비단으로 떠나는 별빛 여행'이다. 비비단은 김수로와 허황옥의 둘째아들 허석(許錫) 왕자가 진례산성에서 별을 관찰하려고 쌓은 첨성대 같은 시설이라고 <김해읍지>에 소개되어 있다. 이처럼 지역색이 물씬한 이름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대상과 내용은 다양하지만 목적은 '김해천문대의 대중화' 하나다. 같은 프로그램이라도 자꾸 해보면서 반응을 점검하고 약점을 보완하면서 경험을 쌓아야 대중의 입맛에 맞추어 알찬 내용으로 탄탄하게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다양한 프로그램 기획·진행

현재 진행 중인 프로그램은 초등학생 대상이 대부분이다. 신청은 인터넷 홈페이지(www.ghast.or.kr)에서만 받고 김해에 살지 않아도 참가할 수 있다. 문의는 055-337-3785로 하면 되며 오후 2시부터 통화가 가능하다.

'비비단 첫걸음'은 초등학교 3~4학년 30명이 정원인데 8월 7일·14일, 9월 4일·11일, 10월 2일·9일 저녁 7시부터 2시간 동안 한다. 초등 5~6학년(30명 정원)은 '별별 이야기'가 8월 21일, 9월 18일, 10월 16일 펼쳐진다. 초등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참여하는 '엄마아빠와 함께 달빛나들이'도 있다. 30명 정원으로 8월 11일, 9월 8일, 10월 6일에 달의 지명과 천문현상을 알아보고 달 만들기와 관측·촬영 등도 체험한다.

유치원 아이 대상도 있다. '해님별님'으로 매주 화·수·목요일 오전 10시 30분~11시 30분인데 신청을 단체로 받고 정원은 45명이다. 중고생 대상으로는 '청소년 도슨트'가 있다. 8월 25일과 10월 27일 오후 2~6시 중고생 20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도슨트 양성을 위한 천문과학교육이다. 해당되는 달 1일에 1365로 신청하면 된다.

▲ 초등학생 대상 프로그램 '별별 이야기'.  /김훤주 기자
▲ 초등학생 대상 프로그램 '별별 이야기'. /김훤주 기자

7월 17일 초등 5~6학년이 하는 '별별 이야기'에 들어가보았다. 보름달이 뜨는 날이었지만 장마가 겹쳤다. 날씨가 맑았다면 천체망원경으로 달도 별도 보았겠지만 아쉽게도 실내에서 달 사진을 띄워놓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먼저 달을 두고 옛날 사람들은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알아보았다. 동양에서는 그립고 아늑하게, 서양에서는 무섭고 차갑게 보았다. 몸소 숨은 그림을 찾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달을 가만 쳐다보더니 저마다 하나둘씩 찾아내었다. 뱀도 찾고 모자도 찾았으며 사람 얼굴을 그려보이는 친구도 있었다. 한참 지켜보노라니 아이들이 저도 모르게 빨려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8월 토요일엔 별 헤는 밤 축제를

8월 김해천문대는 3일부터 24일까지 토요일마다 네 차례 '별 헤는 밤 축제'를 펼친다. 낮에는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천문체험 부스를 하고 밤에는 7시부터 8시까지 노래·댄스·연주 등 공연을 한다. 체험 신청은 오후 2시 20분부터 현장에서 40명 정원으로 초등학생 이상을 받는다. 오후 3시부터 30분 간격으로 여섯 차례 펼쳐진다. △태양계 행성 입체모형 △ 천체망원경 △달위상 변화 관찰 △별자리 투영 △3D펜 행성 그리기 △지구 자전과 달 △별자리 스코프가 체험 대상이다.

▲ 지난해 별 헤는 밤 축제 모습. /김해천문대
▲ 지난해 별 헤는 밤 축제 모습. /김해천문대

저녁 공연은 3일 △어린이합창단 △K-POP댄스 △남성중창단, 10일 △버스킹/통기타 △별별○× 퀴즈 △전자현악 △퓨전국악, 17일 △별별○×퀴즈 △인도마술 △저글링 △버스킹/재즈, 24일 △레크리에이션 △별별○×퀴즈 △버스킹 혼합이다.

◇역사와 문화를 품은 분성산에서

분성산은 해발 382m로 높지 않지만 마루금에 오르면 멋진 조망을 자랑한다. 낮에는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오고 밤에는 반짝이는 불빛이 깔린다. 분성산은 역사유적 덩어리이기도 하다. 먼저 분성산성이 꼽힌다. 길이가 900m가량인데 성벽이 가파르지 않게 구불구불 미끈한 매무새를 보인다. 분성산성은 보기만 좋을 뿐 아니라 김해 사람을 품어 안고 보호하는 역할도 했다. <김해읍지>에 "왜구가 쳐들어오면 북을 쳐서 백성들로 하여금 분산성으로 들어오도록 했다"고 적혀 있다. 이밖에 봉수대·만장대·충의각도 여기저기 자리 잡고 있다. 김해의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는 자연 생태인 셈이다.

▲ 김해 신화가 담긴 애니메이션 불빛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김해천문대
▲ 김해 신화가 담긴 애니메이션 불빛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김해천문대

방학과 휴가를 맞아 너도나도 다들 멀리 외국으로 떠나는 발길이 적지 않다. 하지만 가까운 데를 찾아 거기 담겨 있는 여러 이야기를 더듬어보고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을 여유롭게 내려다보면 어떨까? 이 여름 하루 날을 내어 분성산을 찾으면 산성을 비롯한 역사유물을 둘러보는 보람도 누리고 천문대에서 여러 가지 체험을 해보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귀하고 소중한 것은 늘 가까운 데 있는 법이다.

※ 생태관광과 습지문화에 대한 인식 증진을 위하여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과 경남도민일보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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