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외고→일반고 대선공약
고교체제 개편 줄줄이 동력상실
연계된 학점제도 순탄치 않을 듯

교육부가 상산고등학교(상산고)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에 부동의하면서 자사고 평가가 종착역을 앞두고 있습니다. 부산 1교와 서울 8교의 교육부 절차가 남아 있고 내년에도 자사고 외국어고등학교(외고) 평가 등이 있지만, 왠지 끝나가는 것 같습니다. 초반에 판세가 기울어 남은 바둑에 의욕 없을 때의 느낌입니다. 상산고 손을 들어준 교육부 결정의 여파입니다.

자사고, 외고의 일반고 전환은 대선 공약입니다. 복잡한 고교체제를 단순화하는 것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고교체제 개편'이라고 부릅니다.

1단계는 고입 동시실시입니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일반고와 같은 후기로 돌리는 것인데, 성공했습니다. 다만 이중지원 금지 원칙이 헌재 결정으로 무산되었습니다. 재판 전략에 문제 있지 않았나 여겨집니다만, 1단계는 반토막 났습니다.

2단계는 지금 진행 중인 자사고 평가인데, 상산고를 살려준 교육부 결정으로 반토막 난 느낌입니다. 물론 서울의 많은 자사고를 염두에 둔 시각에서는 다르게 판단할 수 있겠습니다.

3단계는 제도 개편입니다. 부침이 좀 있습니다. 당초 2018년 하반기부터 하기로 했는데, 2년 미뤘습니다. 내년 2020년 하반기부터 하는데, 임기 4년차라 동력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방식도 바뀌었습니다. '국가교육회의 논의 후 추진 예정'에서 '대국민 의견수렴 후 추진 예정'으로 국가교육회의가 빠졌습니다.

▲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열린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 진단 및 향후 과제 점검' 토론회에서 김은정(맨 왼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열린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 진단 및 향후 과제 점검' 토론회에서 김은정(맨 왼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자율형 사립고 지정이 취소된 부산 해운대고 학부모들이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부산교육청의 자사고 취소 결정에 항의하며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 자율형 사립고 지정이 취소된 부산 해운대고 학부모들이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부산교육청의 자사고 취소 결정에 항의하며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고교체제 개편은 반토막 나거나 뒤로 미뤄졌습니다. 남은 일정이 계획대로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또 다른 고등학교 정책은 고교학점제입니다. 대표 정책이기도 합니다. 당초 2022년 전면 시행에서 2025년으로 3년 미뤘습니다. 다음 정부가 본격 시행입니다.

이번 정부는 준비 모드인데, 자사고·외고와 맞닿아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고교학점제는 내신 절대평가(성취평가제 대입 반영)를 필요로 합니다. 상대평가에서도 가능하나, 제대로 하려면 절대평가입니다. 교육부는 2025년에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자사고, 외고 체제가 존재하는 가운데 절대평가를 하면 부작용이 생깁니다. 자사고, 외고, 강남에 절대반지를 안겨 줍니다. 더 기울어진 운동장을 낳고, 격차와 불평등은 더 심해집니다.

이렇게 고교체제 개편, 내신 절대평가, 고교학점제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고교체제 개편이 잘 안 되면 다른 것들도 잘 안됩니다.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고교 무상교육은 머지않아 시작합니다. 다음달 개학과 함께 고3 무상입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추경예산 2500억 원을 확보한 덕분입니다.

하지만 암초가 남아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중앙정부가 돈을 분담하는 그림인데, 국회가 관련 법을 처리하지 않고 있습니다.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내년부터 제2의 누리과정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 있습니다. 한국당 등 국회가 가장 큰 책임소재이고, 교육부와 교육청의 관계는 변수입니다.

무릇 정책은 다른 사안들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자사고 개편, 고교학점제, 고교 무상교육 등 문재인 정부의 고등학교 정책은 더 강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교육부의 상산고 결정은 이 연결고리에 파문을 던졌습니다.

전체적으로 순탄하지 않은 정책환경에서 강한 파도가 생겼습니다. 교육부발 충격이 어떤 흐름으로 이어지고 어디까지 영향을 줄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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