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바뀐 후 경남선 10명
병무청 입영대상 고발 중단
대체복무제도 이목 집중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이들에 대한 무죄 선고가 잇따르고 있다. 병무청은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이들을 더이상 고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24일 창원지방법원 형사4단독(권순건 부장판사)은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ㄱ(28)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ㄱ 씨는 지난해 3월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입대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정당한 사유없이 병역을 거부했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된 시점과 경위 활동내역, 가정·학교·사회생활을 종합하면 진지한 양심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했다.

앞서 지난 18일 창원지법에서 ㄴ(26) 씨도 병역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4일 무죄를 선고받은 ㄷ(23) 씨도 마찬가지다. 특히 ㄴ 씨는 2017~2018년 1심과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올해 1월 대법원에서 다시 심리·판단하라는 판결을 받아 재차 열린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이 무죄를 선고받은 이유는 지난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정당한 사유"라며 14년 만에 판례를 바꿨기 때문이다. 공통적으로 '여호와의 증인' 신도이기도 하다.

창원지방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대법원 판례가 바뀌고 나서 경남(창원지법 관할, 양산 제외)에서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람 가운데 10명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경남지방병무청은 2001년부터 종교나 개인적 신념 등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로 모두 696명을 고발했었다. 이 가운데 91명이 아직 재판을 받고 있고, 605명이 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이나 집행유예, 기소유예 등으로 벌을 받았다고 했다.

경남병무청은 지난해 헌재 결정 이후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더는 고발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종교적 이유 등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이들에게 '병역이행일 연기신청서'를 받거나 관련 증빙자료 등을 제출하면 직권으로 연기 조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6월 종교·양심을 이유로 군 복무를 거부한 이들을 위해 대체복무를 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며 올 연말까지 병역법 5조를 개정하라고 판시한 바 있다.

정부는 헌재의 결정에 따라 올해 말까지 대체복무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법안은 △36개월 △교정시설 24시간 합숙 등이 핵심이다. 다만, 복무기간은 국무회의 등에서 1년 이내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국방부는 실무추진단, 민간 전문가 자문회의, 공청회, 여론조사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방부의 법률안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복무기간이 과도하게 길며, 다른 인권 침해적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참여연대는 "36개월 복무기간은 매우 과도해 단축이 필요하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하다. 대체복무가 징벌적이거나 차별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게 국제사회의 원칙"이라며 "복무형태도 교정시설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며 반대 의견서를 냈다.

임재성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복무기간은 국제인권 기준에 따라 현행의 1.5배를 적용한 27개월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대체복무 신청 서류를 거짓으로 제출했을 때 받는 벌칙(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형)도 과도한 수준이어서 평등권 위반 소지가 크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3월 "대체복무는 1.5배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양심적 병역 거부로 형이 확정된 자에 대해 사면·복권·전과기록 말소 등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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