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막상막하

네 엄마와 말다툼을 하다가 밀릴 때면 그런 생각을 한다.

 

‘아빠 아내와 네 엄마가 싸우는 모습 한 번 봤으면….’

 

다행히 사춘기를 맞은 네가 그런 숙원을 일부 해소해 주는구나.

분명히 엄마가 논리적으로 앞서건만

엄마를 꼭 닮은 네 반박에 감정적으로 흔들리니 말이다.

 

아빠는 뭐 그저 응원할 뿐이고. 파이팅!

/삽화 서동진 기자
/삽화 서동진 기자

2. 거래

생각대로 뭔가 잘 풀리지 않았을 때 ‘에이 씨’ 좀 한 게 뭐가 문제냐.

그게 훨씬 자연스럽다는 게 변함없는 아빠 생각이다.

네 엄마는 단호하게 그것은 아니라더구나.

그렇다고 욕에 주저함이 없는 아빠,

그런 아빠에게 어느 정도 배웠을 너에게

목소리 깔고 바른 말 고운 말을 강요할 수도 없고.

 

그냥 약속 하나 했잖아.

서로 욕 비슷한 거 하는 거 들키면 5000원 주기로.

지금까지 아빠가 -1만 5000원, 너는 0원이네.

어제 5000원을 건네면서 물었지.

 

“제발 시원하게 아빠에게 욕 좀 한 번 하면 안 되겠니? 그냥 퉁치자!”

 

잽싸게 지폐를 낚아채며 말하더구나. 

 

“딸에게 그런 거 시키는 아빠가 어딨어?”

 

어쨌든 그 뒤로 욕 관련 민원은 없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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