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원 투수 활약 때 팬심 활짝
NC 선진 시스템·응원문화 매료
서울-창원 오가며 '직관'열정

"1975년 부산 구덕야구장에서 열렸던 화랑대기 고교야구대회 결승전이 전환점이었죠. 그 대회에서 최동원 선수가 준결승부터 재경기가 열린 결승전 2경기까지 3일 연속 완투했죠. 역동적인 그 투구폼과 괴력에 단번에 매료됐어요. 어린 시절 비료 포대로 글러브를 만들고 나무를 깎아서 방망이로 쓰던, 묘를 베이스로 삼아 하던 야구가 아닌 진짜 야구를 보게 된 것이죠."

최동원 덕에 눈을 뜬 김성진(56) 창원시 서울사업소장의 야구 사랑은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본격적으로 꽃피기 시작했다.

"당연히 고향팀 그리고 최동원이 소속한 팀을 응원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머릿속에 철심이 박힌 듯 뚜렷했죠. 롯데 자이언츠와 동행을 하게 됐죠."

그렇다고 김 소장 팬심이 유별나진 않았다. 뒤에서 조용히 혹은 간간이 롯데를 응원하고 야구장을 찾았다. 단, 최동원표 야구를 향한 신뢰만큼은 대단했다. 일종의 의리였고 또 애정이었다.

영원할 듯했던 김 소장과 최동원, 롯데의 관계는 1988년 '선수협 파동'으로 변화를 맞는다. 당시 최동원은 선수 권리를 보호하고자 선수협을 결성하려다 구단 미움을 샀다. 결국 그해 11월 최동원은 3 대 4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이 트레이드는 아직도 프로야구 역대 최고 빅딜로 꼽히고 있으나 반대로 많은 팬이 롯데를 등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김 소장도 그중 한 명이었다.

"더는 롯데를 응원할 수 없었죠. 최동원을 따라 삼성으로 팬심을 옮길 수도 있었지만 아무 연고도 없는 팀을 바라보기도 어색했죠. 차라리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자는 생각에서 해태 야구를 관심 있게 보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이조차도 그다지 오래가진 못했죠. 해태 왕조가 끝난 2000년, 결국 국내 프로야구에 대한 흥미를 잃고 눈과 귀를 완전히 닫아버렸죠."

▲ NC 홈 구장을 찾은 김성진 창원시 서울사업소장. /김성진
▲ NC 홈 구장을 찾은 김성진 창원시 서울사업소장. /김성진

그렇다고 '야구' 전체를 외면할 순 없었다. 김 소장은 공허해진 그 마음을 '메이저리그(MLB)'로 달랬다. 2005년 미국 연수 시절 워싱턴-필라델피아 경기를 '직관'한 게 계기였는데, 그 시기 박찬호·김병헌 등도 꽃을 피우면서 MLB는 김 소장 삶의 낙이 됐다.

"경기도 경기지만 그들의 응원 문화가 특히 끌렸어요. 가족끼리 소풍을 온 듯한, 질서정연하고 절제할 줄 아는 문화가 돋보였죠. MLB 야구를 보는 매순간 우리나라 프로야구에도 이런 문화가 싹텄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어느 날 NC다이노스가 떡하니 나타나더라고요. 창단 과정에서부터 MLB 시스템·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정착시키려는 모습에 고향팀이라는 특수성까지 더해진 구단. 그 길로 잊고 살았던 국내 프로야구에 다시 발을 들이게 됐죠."

오랜만에 맛본 국내 프로야구. 김 소장은 NC에 많은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경기장에 자주 가진 못하더라도 매 경기를 유심히 지켜봤다. 서울사업소장에 임명돼 대부분 시간을 서울에서 보내는 최근도 마찬가지다. 창원NC파크 시즌권 구매에 망설임이 없었고 주말 홈 경기 있는 날에는 창원-서울을 오가는 수고도 마다치 않았다.

"주중 홈 경기가 있는 날에는 지인들에게 시즌 좌석을 나누기도 해요. 반드시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약속을 받고 말이죠. 서울 생활에서 NC는 큰 힘이 돼요. 야구를 통해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응원하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해 주죠. '새 야구장 정말 잘 지었더라' 등의 말을 전국 8도 사람에게 고루고루 듣곤 하죠."

김 소장 팬심은 여전히 유별나진 않다. 나성범 부상에 아쉬워하고 팽팽한 투수전에 더 크게 손뼉을 치면서도 매 경기 승패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목청껏 소리치며 율동을 따라하지 않는 대신 묵묵히 정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김 소장은 앞으로도 NC가 '이것'만큼은 꼭 이어가길 당부한다.

"NC가 프로야구 문화를 바꾸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생각해요.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든지, 프런트 운영 방식에 새로움을 더한다든지 경기장 안팎에서 많은 시도를 하고 있죠. 그런 노력을 지속했으면 해요. 개인적으로 메이저리그 직관을 한창 할 때 스스로 '야구장에서 절대 취할 정도로 술을 먹지 말자, 인스턴트 음식은 삼가자'고 했었어요.한 개인의 다짐과 구단 운영 방침이 하나둘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우리나라 야구 문화가 한층 더 발전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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