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7급 숨진 채 발견
갑질 정황 메시지 드러나
진상조사·재발방지 촉구
도 "사실관계 엄정 조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지난 16일 시행된 지 일주일 만에 경남도청 공무원이 극단적인 죽음을 선택한 사건이 났다. 유족과 경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은 '상사의 직장 내 괴롭힘'을 주장하며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을 도에 요구하고 나섰다.

도청에서 근무하던 7급 공무원 ㄱ(41) 씨는 지난 22일 창원시 한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ㄱ 씨는 기초자치단체서 근무하다 지난해 9월부터 도청 문화관광체육국 체육지원과로 옮겼다.

유족과 도청노조는 ㄱ 씨의 죽음에 대해 '상사의 괴롭힘'이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그 근거로 ㄱ 씨가 친구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제시했다. '계장 때문에 죽을 것 같다', '과장 담배 심부름 건' 등이다.

ㄱ 씨 유품 중에는 <또 제 탓인가요>,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힘든 나에게> 같은 책도 발견됐다. 같은 부서 한 동료는 "노조가 밝힌 대로 보면 된다. 나중에 보니까 책도 사보고 극복하려고 노력도 했더라. 가슴이 아프다. 사람이 최우선인데"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김경수 도지사는 소통도정을 강조해왔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 지사는 지난 15일 도청에서 직원 100명과 함께 일·가정 양립을 주제로 '소통 토론회'를 열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하루 전날이었다.

▲ 경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 26일 오후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최근 숨진 공무원 관련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표세호 기자
▲ 경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 26일 오후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최근 숨진 공무원 관련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표세호 기자

당시 직원들은 업무지시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며, 최소 3일 등 처리기한제 도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업무지시를 안 할 수 없는데 업무지시에도 효율적인 매뉴얼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또 김 지사는 "행복한 직원, 행복한 경남도청이 행복한 경남, 행복한 도민을 만든다"고 강조했었다.

도는 진상조사를 하고 있다. 도는 "유족들의 요구와 문제제기에 대해 도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사실관계를 엄정하게 조사 중이며, 그 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 공직사회에서 안타까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담당부서 과장은 연가 중이며, 담당계장은 다른 부서로 이동조치됐다.

ㄱ 씨의 죽음에 대한 진실은 진상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겠지만 이번 사건은 '소통도정', '행복한 도청'이 공직사회 전체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정부부처 합동으로 갑질대책을 내놓으면서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라 경남도에도 지난해 8월 갑질신고센터는 설치됐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닌 공무원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도청노조는 지난 2015년에 이어 공무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 숨진 사건이 생기자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노조는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 분리조치와 사망원인 조사 △주변 동료 정신적 충격과 후유증 대책 마련 △직원 우울증·정신건강 진단 대책 수립 △우울증과 극단적 고충 호소 직원을 위한 인사매뉴얼 수립 등을 촉구했다. 유족도 이날 △진상조사 △상급자 직무에서 배제, 문책 △고인의 명예회복 등을 경남도에 요구했다.

ㄱ 씨의 삼촌은 "장례식을 치르고 고인의 유품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충격은 억울함과 분노로 바뀌었다. 그동안의 업무 중 받은 고충이 고스란히 유품에 남아있었기 때문"이라며 "부서로 발령받은 이후 죽음에 이르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유족 앞에 이른 시일 내에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동근 노조위원장은 "주변 동료는 그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와 상사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6월 중순 이후에 정신과 진료를 받았는데 그 원인은 직장 내 갑질과 괴롭힘, 업무 스트레스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 "그동안 만연했던 도청 내 갑질과 괴롭힘이 중단돼 더는 피해자가 없어야 한다"며 "다시는 직장 내 괴롭힘이나 업무상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는 누군가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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