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보수-진보 공방 끝에 가결

창원시 조례에서 '근로'라는 용어가 '노동'으로 전부 바뀐다. 시의회가 조례 용어를 바꾼 것인데,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이라는 의미가 있었으나 회의 과정에서 보수 대 진보 진영이 날 선 공방을 벌이며 진통을 겪었다.

창원시의회는 26일 제86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고 '근로 관련 용어 변경을 위한 창원시 감정노동자의 권리보호 등에 관한 조례 등 일괄개정조례안'을 표결 끝에 가결했다.

◇어떤 내용 담겼나 = 이 조례안은 시 조례 문구에서 '근로'를 '노동'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영희(정의당·비례대표) 의원을 대표로 의원 17명이 공동 발의했다. "창원시 조례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력을 제공받는 사용자와 대등한 관계를 의미하는 '노동'이라는 용어로 일괄 정비해 용어 사용에 통일성을 기하고, 자치법규 접근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노동존중 문화 확산과 노동자 권익 제고에 기여하려는 것"이 제안 이유였다.

'근로' 용어가 쓰인 시 조례는 모두 31건이다. 이에 따라 조례 용어가 '근로자' '근로인'은 '노동자'로, '근로소득'은 '노동소득'으로, '근로복지'는 '노동복지'로, '근로환경개선'은 '노동환경개선'으로 바뀐다. 아울러 '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는 '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로, '자활근로사업단'은 '자활노동사업단' 등으로 변경된다.

다만 상위 법이나 시행령 용어와 다를 경우 별도 설명을 달아줬다. 예를 들면 '자활노동(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시행령 제20조에 따른 자활근로를 말한다)'이라는 형식이다.

▲ 창원시 조례에서 '근로' 용어를 '노동'으로 바꾸는 조례안 찬반 표결 결과. 의원 이름 앞에 파란색이 찬성, 빨간색이 반대, 노란색이 기권을 뜻한다. (이날 재석 의원은 42명이었으나 전산 입력 오류로 오른쪽 상단에 출석이 41명으로 나와 있다.)
▲ 창원시 조례에서 '근로' 용어를 '노동'으로 바꾸는 조례안 찬반 표결 결과. 의원 이름 앞에 파란색이 찬성, 빨간색이 반대, 노란색이 기권을 뜻한다. (이날 재석 의원은 42명이었으나 전산 입력 오류로 오른쪽 상단에 출석이 41명으로 나와 있다.)  /이동욱 기자

◇보수-진보 거센 공방 = 이날 조례안 처리 과정은 보수와 진보진영 의원 간 고성이 오가고 회의 막판 신상발언을 통해서도 설전이 벌어지며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박선애(자유한국당·비례대표) 의원은 반대 토론에 나서 "상위 법령이 아직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위반하면서까지 조례를 개정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근로와 노동이라는 용어의 차이가 별로 크지 않다. 조례안 개정에 타당성과 시급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표 발의자인 최영희 의원은 찬성 토론에 나서 "서울·부산·광주는 이와 같은 내용을 처리했고, 경기도는 발의 중이라고 알고 있다"면서 "헌법 32조 개정안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창원에서 개정안을 통과시켜 대정부 건의안을 내자는 의미 있는 지적도 있었다. 앞서 상임위인 기획행정위원회가 원안 가결한 점을 존중해달라"고 했다.

박춘덕(한국당, 이동·자은·덕산·풍호동) 의원도 "실효성이 없는 명칭 변경을 두고 이렇게까지 하는 것에 자괴감이 든다"며 반대 토론을 했고, 주철우(무소속, 팔룡·명곡동) 의원이 "근로와 노동은 단순히 국어의 차이가 아니라 사회적 의미의 차이로, 일제와 군사정권 잔재를 청산하는 의미"라며 찬성 토론을 했다.

결국 표결에 들어가 재석 의원 42명 가운데 찬성 22명, 반대 19명, 기권 1명으로 해당 안건이 가결됐다.

한국당 의원 4명은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리고도 반대표를 던졌다. 김경수(상남·사파동), 박남용(가음정·성주동), 백태현(동읍·북면·대산면·의창동), 조영명(양덕1·2, 합성2, 구암1·2, 봉암동) 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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