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자부심 속 배타적 우월감 없애고
출신지·생김새·국가 넘어 뭉칠 수 있길

종교·국가·민족 등 특정 부류나 집단이 자신들만이 신이나 그에 맞먹는 존재 등에 의해 선택되었고, 때문에 타 집단보다 더 우월하거나 잘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착각하는 우월의식을 '선민사상'이라고 합니다. 모든 민족이 신으로부터 선택 받았다는 나름의 자부심이 있습니다. 이런 자부심 없는 민족은 살아남기 힘듭니다.

우리 민족 역시, 하늘의 신인 '환인'의 아들 '환웅'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우리도 나름 선민사상이 강합니다. 그런데 지구상에서 선민사상이 가장 강한 민족은 '유대인'일 것입니다. '이스라엘' '히브리민족'입니다. 수천 년 동안 나라도 없이 민족만으로 존재하다가 결국 국가를 건설한 대단한 민족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우월의식이 장난이 아닙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히브리'인들이 선민의식과 우월감을 가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히브리' 어원인 '하비루(Habiru, Hapiru, Apiru)'라는 말은 일정한 인종적 소속도 없이 떠돌아다니던 용병, 석공, 말잡이, 노예, 떠돌이 식객, 이주 노동자, 범죄자, 유목민, 흙먼지같이 미미한 존재들을 말합니다. 혈족으로 형성된 종족이나 동일한 문화를 공유한 집단이 아닌, 하층 계급이나 변방의 소외된 무리를 통칭해 '히브리'라고 불렀습니다. 구약성경 창세기 39장 17절에 보면, 파라오 경호대장의 아내가 야곱의 아들 요셉을 향해서 "당신이 데려다 놓으신 저 히브리 종이"라고 표현합니다. 히브리인이란 상대방을 무시할 때 쓰던 말입니다. 그러나 다윗이 세상을 떠돌던 히브리인들을 모아들여 나라를 세우고 '이스라엘'이라 이름 지은 후, 히브리인이라는 말은 오히려 자랑스러운 민족이라는 뜻이 됩니다. 히브리라는 치욕스러웠던 이름이 명예로운 민족의 이름으로 재탄생한 것입니다.

일본이 비겁한 이유로 수출규제를 가해옵니다. 그에 맞선 '일제불매운동'을 보고 우리 민족 자긍심을 드높이고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없어져야 할 구시대 유물인 국수주의와 그릇된 민족주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입니까? 우리만 우월하다는 그릇된 '배타적 민족주의'는 분명히 없어져야 합니다.

우리는 반만년 역사와 단일 민족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합니다. 이 말속에는 우리와 다른 생김새를 인정하지 않는 배타적 민족주의가 짙게 깔려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바뀌어야합니다. 이 땅에 살며, 이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생겼든, 어디 출신이든 그는 새로운 한민족입니다. 멸시받던 히브리인들이 똘똘 뭉쳐서 나라를 세우고 자부심 넘치는 새로운 민족이 되었듯이, 우리도 이 땅에서 뿌리내리려 애쓰는 이주 노동자, 다문화 가족, 그리고 선한 의지로 제국주의를 반대하는 일본인들조차도 똘똘 뭉쳐서 새로운 개념의 민족으로 탄생해야 합니다.

'일제불매운동'을 하는 모든 이가 국가를 넘어서 한민족으로 재탄생하는 기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주님의 도우심을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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