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효용성 평가 상반돼
경향, 지표 동향까지 분석
조선, 정밀 검토 없이 비판

지난 16일 통계청은 '2019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공약 1순위였던 '청년 일자리 정책'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통계입니다. 다음날인 17일 동아일보를 제외한 6개 신문사가 이 통계를 인용한 기사를 지면에 보도했습니다. 통계가 발표된 17일 보도된 관련 기사 9건을 살펴봤습니다.

같은 통계자료를 두고 쓴 기사지만, 각 신문사가 보도한 내용과 방점은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제목만으로도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 서울경제에서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일보는 "말라버린 젊은 일자리" "끊어진 일자리 사다리"와 같은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중앙일보는 "미취업 청년 12년 만에 최다"를 앞세웠습니다. 서울경제와 한국경제는 나란히 "취준생 역대 최다"를 제목에 내걸었습니다. 네 신문의 기사는 정부 정책으로 인해 청년 고용 동향이 악화됐다는 인상을 줍니다.

반면 경향신문은 "저임금 청년 노동자 크게 줄었다"를 중점적으로 다뤘습니다. 한겨레는 "청년 공시생 비중 3년새 줄었다"는 데 집중했습니다. 두 신문은 정부 정책에 따른 청년 고용 개선 사항을 먼저 말했습니다. 어떤 신문을 보느냐에 따라 정부의 일자리 공약 효용성에 대한 상반된 평가를 접하게 됩니다.

제목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각 신문이 서로 엇갈리는 주장을 하는 것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독자는 정부가 잘하고 있다는 건지 잘못하고 있다는 건지 헷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비교해 봤습니다.

◇조선일보 vs 경향신문: 저임금 노동자와 최저임금 사이

조선일보는 '말라버린 젊은 일자리…청년 취업자 '세 번의 눈물''(17일 자, 최규민·신수지 기자)에서 "그나마 취업한 10명 중 4명 이상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급 150만 원을 받고"라며 저임금 일자리가 많은 현실을 비판했습니다.

사설 '청년 취업자 10명 중 4명이 최저임금도 못 받는 나라'(17일 자)에서도 "청년 층 취업자 10명 중 4명이 첫 직장 월급이 150만 원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월 174만 원)에도 크게 못 미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 정책을 지탄했습니다. "이 정부 출범 후 청년층 고용사정이 악화된 것을 감안하면 정책 요인이 더 컸음이 명백하다"며 "최저임금 과속 인상 같은 반기업·반시장 정책 실험"을 걸고 넘어졌습니다.

그러나 저임금 일자리 비중과 최저임금에 대해 경향신문은 전혀 다른 결론을 냈습니다. 경향신문은 ''첫 직장서 월 150만 원 미만' 저임금 청년 노동자 크게 줄었다'(17일 자, 박은하 기자)에서 "첫 직장에서 월 150만 원도 받지 못하는 저임금 청년 노동자의 비중이 올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문재인 정부 들어 생긴 변화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는 등 임금 수준 전반이 높아진 영향으로 보인다"고 최저임금 정책의 순효과를 언급했습니다. 같은 통계치를 보고도 조선일보는 최저임금 상승을 손가락질하고, 경향신문은 최저임금 정책을 두둔한 겁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먼저 조선일보가 간과한 부분이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두 개의 기사에서 '174만 원의 월급'을 최저임금으로 보고 청년 10명 중 4명이 최저임금도 못 받는다고 해석했습니다.

그러나 통계청이 추산하는 취업자에는 주 5일 40시간 일하지 않는 노동자도 포함돼 있습니다. 통계청이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과 동일하게 '수입을 목적으로 조사대상 주간 1주일 동안 1시간 이상 일한 사람'을 취업자로 정의하기 때문입니다.

단시간 노동자, 부정기 노동자, 교대노동자 등 다양한 노동 형태가 '취업자'에 포함돼 있어 월급만 보고는 '최저임금을 못 받고 있다'고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청년들이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지를 알려면 시간당 임금을 따로 계산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노동시간을 함께 조사하지는 않아 시간당 임금 등 구체적인 근로조건을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조선일보는 이 부분에 대한 검토 없이 최저임금 실효성을 의심한 겁니다.

반면 경향신문이 말한 것처럼, 월 150만 원 미만의 임금을 받는 저임금 청년 노동자 비율은 2017년 5월 54.2%에서 2019년 5월 45.3%에 이르기까지 오히려 3년째 꾸준히 줄고 있습니다. 여전히 청년 일자리 중 저임금 일자리의 비율이 높고, 전일제 일자리는 감소한 반면 시간제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상황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지만 청년 임금 관련 지표는 차차 개선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 효과를 평가하려면 단순히 올해 수치만 가지고 말하기보다 시간에 따른 변화를 보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요?

하나의 수치만 가지고 최저임금을 탓하는 조선일보보다 새 정부 들어 동향을 비교해 "최저임금 등 전반적으로 임금이 상승하며 청년들의 생애 첫 월급도 오른 것으로 보인다"는 경향신문의 해석이 더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중앙일보·한경 vs 한겨레: 취준생과 공시생 사이

한편, 중앙일보와 한국경제 기사만 봐서는 공무원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 규모가 엄청나게 많아 보입니다. 중앙일보는 '미취업 청년 154만 12년 만에 최다 취업 포기자 58만, 구직 청년의 3배'(17일 자, 허정원 기자)에서 "한편 취업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은 총 71만 4000명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올해 가장 많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안정적 일자리를 선호하다 보니 취업시험 준비 분야 중 일반직 공무원(30.7%)이 가장 많았다"라고 썼습니다.

'취준생' 규모를 설명하는 한국경제 '취준생 71만 명 '역대 최다'… 30%가 공시족'(17일 자, 이태훈·서민준 기자)은 아예 기사 제목에 "30%가 공시족"을 언급했고, 소제목에서도 연거푸 "10명 중 3명이 '공시족'"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2022년까지 공무원을 17만 4000명 늘릴 계획"인 것을 비판적인 뉘앙스로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두 신문은 취업시험 준비자가 늘어난 것을 설명하며 가장 먼저 '일반직 공무원' 비중을 문제 삼았습니다.

한겨레는 좀 결이 달랐습니다. '청년 공시생 비중 3년새 9%p 줄어'(17일 자, 이경미 기자)는 "청년 취업준비생 가운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비중이 3년간 꾸준히 줄어들었다"라며 공무원 시험 열풍이 다소 꺾였다고 해석했습니다.

취업시험 준비자 중 일반직 공무원 시험 준비자가 30.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일반기업체·언론사 및 공영기업체·교원임용·고시 및 전문직·기능분야 자격증 및 기타 준비자보다 더 많습니다.

그러나 늘어난 취업준비 시험자 규모에서 일반 공무원 시험 준비자의 비중은 작년 동월보다 2.6%p 감소했습니다. 2016년 39.3%에서 2019년 30.7%까지 차근차근 줄어들었습니다. 취준생이 늘어난 원인을 '공시족'에서 찾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취준생이 증가한 것을 해석하려면 비중이 줄어든 일반직공무원보다 비중이 늘어난 언론사·공영기업체, 기능분야 자격증 및 기타 분야 응시자에 집중하는 것이 더 마땅합니다. 특히 '기능분야 자격증 및 기타' 항목이 4.3%p 늘어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는데요, 그 원인을 서울경제 '취준생 71만명 역대 최다 졸업 후 첫 취업 10.8개월'(17일 자, 정순구 기자)이 인용한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의 발언에서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정 과장은 "기업체나 언론사, 일반직 공무원 등을 지원하기 위해 스펙을 맞추거나 창업 과정에서 자격증을 따야하는 경우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그 외 어떤 언론도 이 항목 응시자가 왜 늘어났는지 설명하지 않았고, 특히 중앙일보와 한국경제는 엉뚱하게 일반 공무원 시험 준비자를 조명했습니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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