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 전 고을 대소사 담은 기록물
기획보도 통해 문화자원화 기대해

지금으로부터 130년 전 함안군의 대소사를 담은 수령의 일기가 흥미롭다.

당시 채원 오횡묵 군수가 1889년부터 1893년까지 함안군수로 있으면서 고을의 크고 작은 일을 적은 4년간의 일기는 공적 사건부터 일상까지 적어낸 이른바 <함안총쇄록>이다.

<함안총쇄록>은 형식에 매이지 않고 객관적인 정황에다 본인의 느낌까지 섞어가면서 수령의 하루하루를 기록한 것이다.

당시 기록에는 이미 함안에 들어와 구리광산을 하는 일본 사람이 있었고, 수직굴을 뚫고 전기로 기계를 돌려 안으로 신선한 공기를 집어넣는 공정들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군수가 일본 사람에게 환대를 받았지만, 광산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는 인식이 바뀌지 않았다던 그 이유를 이제야 깨달을 것 같다.

군북 오곡지역 산야 곳곳이 구리 채굴로 남은 수십㎞의 지하 땅굴에서 솟아나는 철분·석회질 등으로 범벅된 오염수는 오래전부터 인근 옥토를 잠식했다. 급기야 정부에서 최근 토양 리모델링 공사를 벌였지만, 이마저도 부실시공이라는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처럼 기록은 살아 움직이는 산 증인이기도 하다.

방대한 내용을 촘촘하지만, 자유로운 필치로 거의 날마다 써내려간 기록정신은 지금 봐도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한글로 옮겨졌어도 친숙하고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지는 않다.

이에 <경남도민일보>는 현장 답사팀을 꾸려 <함안총쇄록>에 대해 좀 더 널리 알리고 좀 더 활용되도록 하는 디딤돌이 되고자, 지면공간을 함안에 초점을 맞춰 매주 1회씩 20회 연속 기획보도를 하고 있다.

함안의 관아 건물과 공간을 재현하고, 함안읍성도 당시 모습을 재구성하는 동시에 현재 상태도 확인, 서로 비교해 볼 수 있도록 구상했다.

또 당시 사건·사고와 얘기들을 발굴, 장소별로 시간대별로 일목요연하게 배열하고, 누구나 알아볼 수 있도록 적절한 비교·대조도 곁들이고 있다. 활동이 있었던 장소를 찾아내 옛날 자취가 남아 있는지를 확인하는 등 함안의 지역 색채가 뚜렷한 공간을 더욱 꼼꼼하게 챙기고 있다.

이어 민속놀이와 세시풍속은 빠짐없이 다루고 있다. 이는 민속놀이·세시풍속이 훗날 훌륭한 문화자원화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기도 하다.

몰라서 놓칠 수는 있어도, 알면서 빠뜨리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객관적인 사실에 대한 확인에 더해 사실과 사실 사이 관계 파악을 앞세우고 있다. 스토리텔링에 대한 욕심은 있지만 미루고 있다.

특히, 이러한 기록물을 하나라도 둔 시·군이 드문 현실이다. 함안은 <함주지> <함안총쇄록> <금라전신록> 등의 역사적 자료를 셋이나 두고 있다. 그런 데다 <용화산하동범록>이라는 독특한 기록물도 있어 축복받은 기록유산의 고장이라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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