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점기 시절 일본도 감탄한 절경
역사·문학·레저까지 한꺼번에

최근 한일 간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국민이 자발적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관광 또한 예외는 아니다. 일본 여행을 계획했다 취소하는 사례도 증가하는 상황이다. 가깝고도 먼 사이, 애증의 역사를 함께해 온 한국과 일본 양국의 일화는 한려해상국립공원에도 있다.

1934년 일본은 국립공원제도를 도입하면서 해상 지역인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일본의 주고쿠, 시코쿠, 규슈로 둘러싸인 다도해)를 가장 아름다운 지역이라 판단하고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한다. 그리고 당시 식민지였던 한반도에서 경관이 수려하고 자원이 풍부한 지역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기 위해 물색을 하는데 이때 한려수도를 국립공원으로 지정 검토한 바 있다. 당시 조선총독부는 '한려수도는 일본의 세토나이카이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곳이다'라고 평가하며 지정을 추진했으나 중일전쟁 발발로 무산됐고 결국 일본은 2차대전에 패하면서 물러갔다.

광복 이후 1968년 대한민국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한려해상 지역은 경관적 가치 측면에서 일본의 세토나이카이를 능가할 뿐 아니라 세계 4대 해전에 빛나는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 승전지 등 곳곳에 충무공의 애국충절의 혼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한려해상 전 해역이 왜란 당시 조선수군과 왜군들의 격전장이었으며 이와 관련한 유적지와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1970년대 육상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부산에서 여수까지 가장 빠르고 손쉽게 갈 방법이 수로를 이용하는 것이었는데, 당시 엔젤호라는 유람선이 부산을 출발하여 거제, 한산도, 사천, 남해를 거쳐 최종 여수에 다다랐다. 이 중 한산도에서 여수까지의 뱃길이 너무나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다고 하여 한산도의 '한', 여수의 '려(여)'를 따서 한려수도(閑麗水道)라 불렀으며 그 가치를 인정받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이다.

한려수도는 맑고 투명한 바다 물결 위에 수백 개의 섬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파란 하늘, 흰 구름과 어울려 한 폭의 동양화 같은 풍경을 자아내고 있어 일찍이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며 찬사를 받은 곳이다. 거제의 주요 명소로는 해금강, 바람의 언덕, 구조라 해변, 외도와 내도, 계룡산 일몰 등이 있는데 많은 사진작가가 즐겨 찾는 곳이다. 통영에서는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 정상에 올라서 내려다보면 한산대첩의 전쟁터가 한눈에 보이며 유람선을 타고 제승당에 들어서면 성웅 이순신 장군의 멸사봉공의 애국심과 숭고함을 절로 느낄 수 있다. 또 국립공원 명품마을 만지도와 연대도를 연계한 출렁다리는 통영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올랐으며 사진찍기로 유명한 동피랑·서피랑 마을과 박경리 문학관, 전혁림 미술관, 국제음악당 등 자연과 문학, 예술을 한꺼번에 즐길 수 예향의 도시이다. 이뿐만 아니라 루지(무동력 카트)의 짜릿함과 요트의 해양레저까지 즐길 수 있으니 이만큼 훌륭한 휴가지가 또 어디 있으랴?

우리 국립공원공단 한려해상생태탐방원은 이곳의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고 있다. 국립공원 레인저가 직접 인솔하고 해설해주며 국립공원 대자연과 지역의 역사문화를 체험시켜 주고 있는데 올 상반기에만 5000여 명이 다녀갔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일본 여행을 취소했다면 그 대체 휴가지로 이순신 장군의 애국충정이 깃들어 있는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가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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