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선도형 산업 전환에 필수
독일·중국, 독립연구기관 운영
기계연구원 부설기관 재료연
특허출원·기술이전에 한계
"기관 위상·경쟁력 강화해야"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반도체 등 소재기술에 대한 국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는 가운데 지역에서 줄기차게 이어져 온 창원 재료연구소 원 승격 논의가 탄력을 받아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독립법인의 소재전문연구기관 왜 필요하나 = 첨단소재는 우리나라 산업이 시장선도형 혁신국가로 진입하려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대표적인 원천·기반 기술이다. 특히 소재 개발은 민간이 담당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크고 소요 예산도 막대해 국가가 나서 지원해야 하는 대표적 전략 분야다.

세계적으로 완제품 조립과 가공 기술이 갈수록 평준화되면서 소재가 제품의 부가가치와 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소재산업이 제조업 생산액의 18%, 연간 200억 달러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ICT(정보통신기술) 분야 소재 기여율이 2000년 55%에서 2030년에는 85%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중요성에도 국내에는 독립법인의 소재전문연구기관이 없다. 경쟁국인 일본에는 물질재료연구기구(NIMS), 독일 프라운호퍼, 중국에는 금속연구원(IMR) 등이 있다.

일본, 독일, 중국 등 독립적인 재료 연구기관을 보유한 국가보다 연구소의 예산이나 인원이 적어 기관의 위상을 높여 연구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일본발 쇼크, 소재산업 경쟁력 다지는 계기로 =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는 국가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떠나 부품소재 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상기시켰다는 긍정적 의미도 담고 있다.

정부는 우선 소재 분야에서 대기업이 비용 위주의 조달 방식을 채택한 게 일본 의존도를 높인 원인이 됐다고 보고 전략적 품목은 안정적인 국내 공급원 확보를 우선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여기에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육성 방안을 단기, 중·장기별로 마련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구체적인 대책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창원상공회의소 박희석 팀장은 "재료연구소가 소재한 창원은 우리나라 기계산업의 메카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력은 그 위상이 계속해서 위협받고 있다"면서 "지역균형 발전과 국가 소재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재 국회에서 심의 보류 중인 재료연구소의 '한국재료연구원' 승격을 위한 법안 심사가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 최근 원 승격 목소리가 커지는 창원 재료연구소 전경.  /재료연구소
▲ 최근 원 승격 목소리가 커지는 창원 재료연구소 전경. /재료연구소

◇승격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 = 독립연구기관이 없는 우리나라는 10년 이상 불확실성이 높은 소재개발에 도전하는 연구풍토 취약, 성능이 입증된 외국산 소재 선호 현상 등으로 소재부품 원천기술이 취약하다.

최근 들어 일본의 첨단소재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가 발표되고, 반도체 이외에도 추가 품목의 수출이 까다로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소재분야를 총괄할 소재연구기관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재료연구소는 2007년 설립 이후 소재기술 관련 연구개발과 시험평가, 기술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수행해왔지만, 부설기관이라는 한계 탓에 자율경영과 특허출원 및 기술이전 제한 등의 어려움을 겪어 왔다.

세계 1등 기술을 9개나 보유 중인 재료연구소는 소재탐색, 개발, 부품화, 시제품 제작, 공정개발, 애로기술 해소에 이르는 모든 분야를 지원하는 '소재부품 전주기 통합지원'을 수행해 연구생산성 극대화와 기업의 애로기술 해결에 매진하고 있다.

재료연구소 관계자는 "원 승격 논의가 다시 활발해진 건 사실이지만 아직 법률안 통과 등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면서 "지역 상공계와 정치권, 창원시에서 많은 노력을 하는 만큼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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