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단속·처벌 강화 여파
직장인 "10시 이전 회식 끝내"
술집 "높은 임대료 감당 안 돼"

음주운전 단속 강화 이후 매출 감소를 겪는 상인들의 하소연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단속과 처벌기준을 대폭 강화한 일명 '제2 윤창호법(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지 한 달 가까이 지나면서 외식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술자리를 줄이거나 피하는 등 직장인들의 음주문화가 변하면서 주류판매 감소와 매출 부진 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회식 줄이고 술자리 피하고…달라진 음주문화 = '제2 윤창호법'이라고 불리는 개정 도로교통법이 지난 6월 25일부터 시행됐다. 면허정지 기준은 혈중 알코올 농도 0.05%에서 0.03%로, 면허취소 기준은 0.1%에서 0.08%로 강화됐다. 면허정지 기준 0.03%는 소주 한 잔만 마셔도 나오는 수치다.

'제2 윤창호법'은 직장인들의 밤 문화를 급속히 바꿔놓았다. '한 잔 정도 괜찮다'는 인식이 '한 잔만 마셔도 걸린다'로 바뀌면서 술자리가 끝나는 시간이 빨라졌다. 특히 오전 출근길 음주단속이 강화되면서 술자리 자체를 않는 음주 기피 현상이 생겨나기도 했다.

전날 마신 술이 덜 깬 채 운전하는 이른바 '숙취 운전'으로 적발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직장인 옥모(38·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씨는 "전날 과음하면 다음날은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 집에서 회사까지 거리가 있으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불편하다. 또 불가피할 때 아침에도 대리운전을 이용해야 하는데 비용이 부담된다"며 "2차, 3차로 이어지던 회식이 이젠 1차로 끝난다. 보통 10시 이전 집에 가려고 한다. 될 수 있으면 늦게까지 술을 안 먹는 추세다"고 말했다.

직장인 안모(37·마산회원구 구암동) 씨도 "아침부터 언제 단속해서 걸릴지 모르니깐 회식도 다음 날 출근 안 하는 금요일이나 토요일 한다. 퇴근길 소주 한 잔도 편히 못 한다"고 털어놨다.

◇"윤창호법 공감은 하지만…매출 감소 힘들어" = 지역 외식업계는 음주단속 강화로 주류 판매가 크게 줄면서 직접적인 매출 감소를 호소하고 있다. 회식 자리를 찾는 직장인들이 눈에 띄게 감소하면서 식당, 술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며 울상이다.

창원 의창구 사림동에서 양곱창집을 하는 이모(50) 씨는 "지난 6월 말 이후 매출이 거의 반토막 났다. 밤 9시 30분 이후 사람이 안 들어온다. 뚝 끊어졌다. 새벽 1∼2시까지 영업을 하는데 그 시간까지 손님 못 받을 때도 있다. 일요일에는 사람 자체가 없다"며 "직장인들이 옛날처럼 술을 안 먹는다. 그러면서 일찍 문 닫는 곳도 많아졌다. 자영업자 타격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음주운전 근절을 위한 단속 강화 취지에 대체로 공감하지만, 급격히 떨어진 매출에 가게경영이 힘들다는 견해다.

창원 상남동에서 조개구이집을 하는 김모(51) 씨는 "윤창호법 시행 이후 매출이 절반가량 떨어졌다. 평일 금요일은 다음날 출근 안 하니 그나마 손님이 있지만 그날 말고는 없다. 상가 내 다른 가게도 마찬가지"라며 "술을 마시면 운전대를 잡지 않는 것이 옳다. 이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차원에서 단속을 강화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아침 출근길까지 단속이 강화되면서 매출 부진이 심화했다. 그로 말미암아 본의 아니게 상인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 상남동에서 술집을 하는 손모(33) 씨는 "예전에는 불목이라고 해서 목요일 장사가 잘됐다. 평일에도 주류 판매가 괜찮았다. 윤창호법 시행 한 달이 지나보니 매출이 반토막났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상남동의 높은 임대료 등으로 언제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면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다른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외식업계가 타격을 받으면서 주류업계도 자연스레 영향을 받는 모양새다.

마산회원구 회성동에서 주류 도매업을 하는 김모(68) 씨는 "주류 소비가 일어나지 않으니 도매업도 30% 가까이 매출이 감소했다. 다른 도매업체들도 상황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무학 관계자는 "아직 한 달이 안 지나서 정확한 집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윤창호법 시행 이후로 술 판매량 감소를 체감하고 있다"며 "평일 음주를 피하는 문화가 생기면서 주말 판매량이 5%가량 올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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