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자백 의존·엉뚱한 이 입건
출산여부 의료기관 확인 안 해
DNA·유류품 지문도 불일치
친모 찾으려 원점서 수사 방침

밀양 신생아 유기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수사가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허위 자백에 의존해 증거나 사실관계 조사를 완벽히 하지 않은 채 피의자를 잘못 짚었고, 친모를 찾지도 못하고 있다.

특히 경찰은 아이가 태어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피의자를 친모로 추정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피의자의 출산 여부를 의료기관에 확인도 하지 않았다.

경남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는 22일 밀양 신생아 유기사건 수사경과를 브리핑했다.

앞서 지난 11일 오전 7시께 밀양 내이동 한 주택 헛간에서 갓난아기(여·2.7㎏)가 발견됐다. 아이는 병원에 옮겨져 무사하다.

수사를 해온 경남청 여청수사계와 밀양경찰서는 지난 13일 영아 유기 혐의로 ㄱ 씨를 불구속 입건했었다. 그러나 경찰은 진술에 의존해 친모가 아닌 이를 붙잡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지난 1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피의자와 신생아의 유전자(DNA)가 일치하지 않아 친모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신생아 발견 현장에서는 손가방, 배냇저고리, 담요 등 유류품이 발견됐는데, 손가방에서 나온 지문도 ㄱ 씨와 일치하지 않았다.

배냇저고리나 담요 등에 대한 국과수 감정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손가방에 대한 정밀감정을 재의뢰해 놓았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특정 후 왜 병원 진료를 안 했는지는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이어 "피의자가 범행 현장 위치와 유류품, 추정 범행 시간 등을 상세하게 진술하는 바람에 자백 진술을 믿었다"며 "우울증을 앓던 피의자가 관심 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다"고 전했다.

프로파일러는 19~20일 두 차례 면담한 결과 ㄱ 씨가 우울증과 성격장애를 앓는 것으로 분석했다.

프로파일러는 "우울증세로 진료받은 기록이 있다. 면담한 결과 히스테리성 성격장애로, 자신이 관심받으려고 하거나 타인을 조종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런 것에 만족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유기 현장에서 발견된 손가방이 있었다. 담당 경찰관이 다른 사건을 처리할 때 피의자가 비슷한 손가방을 갖고 있던 것을 기억해 탐문조사를 하러 갔다. 사건 현장과 피의자의 주거지는 매우 가까웠고, 피의자는 가방이 자기 것이라고 하는 등 범행을 시인했었다. 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온 후 2차 조사에서는 자기의 가방이 아니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ㄱ 씨에 대해 '무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고, 사건을 원점에서 확대 수사할 방침이다. 다만, 경찰은 ㄱ 씨의 진술이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지 않다고 보고 필요하면 추가로 수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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