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연동형 비례제 패스트트랙
8월 안 처리 불발 땐 내년 넘겨
총선 직전에 윤곽 드러날 수도

여야가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운영 등을 놓고 정쟁을 지속하면서 내년 총선 '게임의 규칙'이 될 공직선거법 개정 또한 갈수록 미궁이 되고 있다.

지난 4월 30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국회의원 지역구 의석을 현행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고 반대로 비례대표를 47석에서 75석으로 늘려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국회 정개특위에서 통과시켰으나, 이 안대로 총선이 치러질지, 아니면 새로운 수정 대안이 부상하거나 현재 제도 그대로 선거가 진행될지 여전히 모든 게 오리무중이라는 것이다.

지난 18일 여영국(국회의원·창원 성산)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정개특위는 8월 말까지 선거제 개편안을 무슨 일이 있어도 처리해야 한다. 한국당도 더 이상의 생떼 쓰기와 방해를 거두고 논의에 진지하게 참여하라"고 각 당에 촉구했다.

정의당 등이 정개특위 활동시한인 '8월 말'을 유독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패스트트랙으로 불리는 국회 '신속처리안건 지정 절차'는 여야 합의를 통해 관련 법안을 처리 못 할 경우 해당 상임위에서 최장 180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90일의 논의 기간을 거쳐 본회의에 회부하게 돼 있다.

즉, 정개특위 시한인 8월 말 안에 여야 합의든 아니면 특정진영 주도의 '표결 강행'이든 앞서 선거법 개편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이 안은 지난 4월 30일 기준으로 270일 후인 내년 1월 말에나 본회의 회부 및 상정·처리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1월 말은 총선을 불과 3개월여 앞둔 시점으로 혹 있을 지역구 축소 및 조정과 선거구 획정 작업을 고려하면 매우 촉박한 일정이다.

반대로 여영국 의원 주장처럼 8월 말 안에 정개특위를 넘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법사위에서 최장 90일 동안 선거법안이 계류된다 해도 11월 말께면 본회의에 올릴 수 있어 총선까지 비교적 넉넉한 시간이 남는다.

선거법 조기 처리 전망은 그러나 녹록지 않다. 심상정(정의당 대표) 정개특위 위원장이 반발했던 후임 위원장 문제는 홍영표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맡으면서 일단락된 듯 보이나 한국당은 대신 정개특위 제1소위원장을 요구하고 있다.

정개특위 제1소위는 선거법 처리 관련 극한 대립이 예상되는 곳으로 한국당이 맡게 되면 자연히 지연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당 측은 지난달 28일 국회 정상화 합의 당시 포함된 내용이라고 주장하나 민주당은 공식 합의된 게 아니라며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처리 당시 김관영 의원이 아닌 현 오신환 의원으로 바뀐 것도 변수로 꼽힌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선임 직후부터 선거법 협상에 소극적인 한국당을 비난하면서도 일부 정당 주도로 선거법을 개정하는 건 옳지 않다고 강조해왔다.

오 원내대표는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국당은 비례대표를 폐지하자는 기존 안을 철회하고 중대선거구제 등 비례성을 강화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라"며 "민주당과 정의당도 유사시 선거법 강행 처리를 불사하겠다는 위협적 태도를 거둬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수의 논리로 밀어붙이는 것은 심각한 후유증을 낳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문희상 국회의장이 패스트트랙 안건의 본회의 부의 기간 60일을 무시하고 과연 직권상정을 강행할 수 있을지, 지역구 축소로 피해를 볼 여야 국회의원이 상임위나 본회의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안에 과연 흔쾌히 지지를 보낼 수 있을지 등도 선거법 개정을 가로막을 간단치 않은 변수로 꼽힌다.

문 의장이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60일 이후에나 선거법 직권상정을 할 경우 개편된 선거제도는 총선 직전인 3월 말에나 윤곽을 드러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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