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애니메이션 원작 실사화
야생 다큐멘터리 보는 듯 생생
감독 원작에 충실하려 했다지만
변화한 시대상 반영 않아 아쉬워

아프리카의 평화로운 왕국, 프라이드 랜드. 이곳을 다스리는 수사자 무파사(제임스 얼 존스 목소리)와 암사자 사라비(알프리 우다드) 사이에서 아들 심바(도날드 글로버)가 태어난다.

혈통을 이어받은 심바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좌를 물려받을 운명이다. 한편 심바의 탄생으로 왕의 자리에서 완전히 멀어진 왕의 동생 스카(치웨텔 에지오포)는 왕위를 빼앗고자 하이에나들과 결탁해 무파사를 죽이고 심바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 멀리 내쫓는다.

아버지를 죽였다는 죄책감을 안고 심바는 쫓겨나듯 프라이드 랜드에서 도망친다.

괴로움에 시달리던 심바는 '근심과 걱정은 잊고 오늘을 즐겁게' 사는 마냥 흥겨운 친구들 품바(세스 로건)와 티몬(빌리 아이크너)을 우연히 만나고 그들과 함께 용맹스러운 사자보다는 편안한 친구 같은 존재로 성장한다.

그럼에도 어느덧 무파사와 너무도 닮게 커버린 심바. 그를 찾아온 옛 친구 날라(비욘세)를 만나고 프라이드 랜드가 파괴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하지만 자신이 저지른 실수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한다.

"기억해라. 네가 누군지."

날라와 라피키(존 카니)의 도움으로 마침내 아버지의 가르침을 떠올리고 자신의 운명을 깨닫는 심바. 스카와 하이에나들을 물리치고 평화를 되찾기 위해 심바는 날라와 품바, 티몬과 함께 프라이드 랜드로 돌아간다.

▲ 1994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  /<라이온 킹> 스틸컷
▲ 1994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 /<라이온 킹> 스틸컷
▲ 1994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을 실사화해 개봉한 <라이온 킹>.  /<라이온 킹> 스틸컷
▲ 1994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을 실사화해 개봉한 <라이온 킹>. /<라이온 킹> 스틸컷

◇새로운 이야기가 아닌 새로운 방법으로 = 디즈니 애니메이션들이 줄줄이 실사화되어 나오고 있다. 올해 초 <덤보>를 시작으로 최근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알라딘>, 이어 디즈니가 이번에 내놓은 작품은 <라이온 킹>이다.

1994년 애니메이션 개봉 이후 뮤지컬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디즈니 전성기를 이끌었던 <라이온 킹>.

강렬한 붉은빛으로 세상을 물들이며 태양은 떠오르고 대지는 깨어난다. 'Circle of life'를 배경음악으로 시작하는 <라이온 킹>은 25년 전 자연의 역동성을 오롯이 전달하며 그때 그 감동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부모의 손을 잡고 봤던 아이는 이제 부모가 되어 아이의 손을 잡고 갈 만큼 시간이 흘렀고, 그 세월의 간극은 귀여움이 장악했던 애니메이션을 <내셔널 지오그래피>와 같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생생한 이야기로 탈바꿈시켰다.

사자와 멧돼지, 미어캣 등 아프리카 동물들에게 개성 강한 생명력을 불어넣어 친근함을 선사했던 디즈니의 판타지 세계는 놀라운 CG(컴퓨터 그래픽) 기술과 함께 장엄함과 리얼리티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여기에 한스 짐머와 엘튼 존이 함께한 영화만큼이나 유명한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의 향연은 눈과 귀가 모두 즐거운 영화로 재탄생했다.

▲ 1994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  /<라이온 킹> 스틸컷
▲ 1994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 /<라이온 킹> 스틸컷
▲ 1994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을 실사화해 개봉한 <라이온 킹>.  /<라이온 킹> 스틸컷
▲ 1994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을 실사화해 개봉한 <라이온 킹>. /<라이온 킹> 스틸컷

◇새로운 방법만큼 조금만 새로워졌다면 = "빛이 머무는 이 모든 곳이 너의 왕국이다. 빛이 닿는 모든 곳을 지켜라."

개봉 당시에도 세습군주제와 가부장제를 찬미하는 보수성, 혹은 성차별 이데올로기 등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라이온 킹>은 그때 그 이야기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않았다.

존 파브로 감독 역시 "최대한 오리지널에 충실하고 싶었다.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 새로운 방법으로 만든 영화다"라고 밝히며 "너무 강렬하게 느껴진다거나, 오리지널의 맥락을 잃는다거나 하지 않음으로써 선을 넘지 않으려고 했다"는 말로 이 영화는 내용이 아닌 표현에 방점을 찍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영화가 결국 인간이 구성하는 재현물이라고 본다면 동물의 세상을 빌려 원시시대의 사상에서 머물렀다는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1992년 양탄자를 타고 긴 머리를 휘날리던 <알라딘>의 자스민 공주는 2019년 왕국의 관습을 깨고 술탄의 자리에 오르는 주체적인 여성으로 변화했다. 개봉 8주차를 지나면서도 여전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는 인기에는 변화한 시대상을 반영했다는 것도 빠질 수 없을 것이다.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날라는 심바보다 지혜롭고 싸움도 잘한다. 환경에 순응하지 않고 바꾸려는 의지도 강하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심바를 찾고, 심바에게 그저 힘을 보탤 수 있는 정도다.

날라와 사라비 등 암사자들은 누군가를 기다리며 그저 현재에 순응하며 살거나 왕과 결혼해 왕비가 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결국 날라는 심바와 결혼하고 작은 무파사, 작은 심바를 낳는 자연의 순환을 돕는 정도에 그친다.

물론 심바가 아버지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자신을 가둔 채 자신의 과거와 잠재성을 외면하다 어느 날 각성하고 그 상처를 극복해내는 과정에서 바라본다면 그를 열렬히 응원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심바에게 현재를 즐기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이 되지 않았나. 심바와 날라 모두에게 "새로운 세상, 너의 시대가 올 것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지 않았겠나.

영화는 도내 멀티플렉스 상영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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