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 대표 김지욱 선수 조부
투병하면서도 태풍 뚫고 관람
"경기 직접 보니 기쁘다" 소감

인구 3700명의 남해군 고현면 섬마을.

이 동네에서 한평생을 보낸 김기율(80) 할아버지는 며칠 전부터 동네 주민들에게 20일 하루 동안 시간을 비워두라고 신신당부했다.

김 할아버지는 이날 오전 11시, 주민 20여 명과 전세버스를 타고 남해를 출발해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리는 광주에 도착했다. 경기장 관중석 한쪽에 자리를 잡은 김기율 할아버지는 아내와 아들, 며느리, 이웃들과 함께 목청 높여 손자의 이름을 불렀다.

▲ 20일 광주 광산구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다이빙 혼성 3m 싱크로나이즈드 스프링보드 결승에서 한국의 김지욱(오른쪽)과 김수지가 연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 20일 광주 광산구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다이빙 혼성 3m 싱크로나이즈드 스프링보드 결승에서 한국의 김지욱(오른쪽)과 김수지가 연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남해 할배 광주 나들이 = 김 할아버지는 "손주가 큰 대회에 나간다고 해서 아들의 도움을 받아 왔다"며 "생전에 이런 기회가 또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기율 할아버지의 손자인 김지욱(무거고)은 이날 광주광역시 남부대 시립국제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혼성 3m 싱크로나이즈드 스프링보드 경기에 출전했다. 김지욱이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간 건 처음이었다.

그는 고교 선배인 김수지(21·울산시청)와 함께 짝을 이뤄 경기를 치렀다.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김지욱-김수지 조는 18개 팀 중 15위를 기록했다. 입수에서 실수해 점수가 깎인 4차 시기가 아쉬웠다. 그러나 김기율 할아버지는 "그만하면 잘했다"며 "내 눈엔 지욱이가 제일 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지욱(가운데)이 할아버지인 김기율(오른쪽) 옹, 할머니 고춘자 씨와 함께 찍은 사진. /연합뉴스
▲ 김지욱(가운데)이 할아버지인 김기율(오른쪽) 옹, 할머니 고춘자 씨와 함께 찍은 사진. /연합뉴스

김기율 할아버지에게 이 경기는 특별했다. 김 할아버지는 최근까지 항암치료를 받으며 투병 생활을 했다. 다행히 많이 회복했다고 하지만, 건강 상태는 썩 좋지 않았다. 김 할아버지에겐 먼 거리 이동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 그러나 김 할아버지는 태풍 다나스가 몰고 온 비바람을 뚫고 손자의 경기를 두 눈에 담았다. 김기율 할아버지는 "지금은 건강해졌다"며 "이렇게 손주의 경기를 직접 보니 기쁘다"며 웃었다.

▲ 김기율(왼쪽 셋째) 옹이 (왼쪽부터)며느리, 아내, 아들과 손주의 혼성 3m 싱크로나이즈드 스프링보드 결승 경기를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기율(왼쪽 셋째) 옹이 (왼쪽부터)며느리, 아내, 아들과 손주의 혼성 3m 싱크로나이즈드 스프링보드 결승 경기를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림픽 나가는 거 꼭 봐야제" = 손자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모습도 직접 보셔야 하지 않나라고 묻자 "그럼,그럼"이라며 흐뭇해했다.

가족들의 응원을 듬뿍 받은 김지욱은 쑥스러운 듯했다. 다이빙 대표팀 막내인 김지욱은 "온 가족이 응원해주셨는데,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한 것 같다"며 "더 열심히 훈련해 할머니 할아버지께 기쁨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로 김지욱은 대회 일정을 모두 마쳤다. 그에겐 언젠가 할아버지께 올림픽 메달을 걸어드리겠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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