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전쟁은 피하고 콘텐츠 즐기기로
한일 양국, 감정 자극해 얻는 게 뭘까

'쟁 게임'이라 불리는 게임들이 있다. 게임 유저끼리 치고받고 싸우는 게임이다. '쟁'은 '전쟁(戰爭)'의 쟁이라고도 하고, 불교에서 의견이 서로 달라 다툰다는 뜻의 '쟁(諍)'이라고도 한다. 게임에서는 어느 뜻이든 맞다.

'쟁 게임'은 대다수의 온라인 게임처럼 유저 간의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기 위해 '길드 시스템'을 도입한다. 길드, 연합, 연맹, 조합, 게임마다 명칭은 제각각이지만, 운영방식은 비슷하다. 적게는 10여 명, 많게는 100여 명의 유저가 한 편을 먹게 된다. 같은 편이 되면 서로 공격할 수 없고, 자원을 지원할 수 있고, 외부 세력과 협동 공격, 협동 방어 등을 할 수 있다. 혼자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센 적을 여럿이 힘을 합쳐 깨기도 한다.

시스템은 유사하지만, 게임마다 플레이 양상은 사뭇 다르다. 자원을 모으고, 성장한다. 그런데, 자원을 어떻게 모으느냐가 게임의 분위기를 서로 다르게 만든다. 성장은 자원 획득의 결과이다.

자원을 모으는 방법은 크게 채집, 보상, 약탈로 나뉜다. 이 중에서 효율이 가장 높은 건 약탈이다. 다른 유저가 성장을 하기 위해 모아둔 자원을 터는 게 제일 효과적이다. 하지만, 모든 유저가 서로 약탈을 하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게 되면 게임이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다. 내가 누구를 털면, 나도 누군가에게 털리기 마련이다.

초기 모바일 쟁 게임의 양상은 거의 모든 유저가 '보호막'을 치는 거였다. 혹시라도 보호막을 쓰지 않고 방치된 유저가 있으면 개떼처럼 몰려가 자원을 약탈한다. 하지만, 그런 방치된 집은 이미 누군가 약탈을 해서 '빈집'일 경우가 허다하다.

약탈을 당하지 않으려면 늘 보호막을 써야 하는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보호막을 쓰려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게임을 하기 위해 '현금을 질러야(현질)'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래서, 요즘 많은 모바일 쟁 게임이 길드 상호 간 협상을 해 상호불가침 조약을 맺는다. 현명한 유저들이 깨달은 거다. 허구한 날 서로 싸워봤자 결국에는 게임회사 배 불리는 꼴이라는 걸 말이다. 가급적 전쟁은 피하고, 게임 내에 있는 다양한 콘텐츠들을 즐기면서 성장한다.

하지만, 게임도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이 모인 곳에는 분쟁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사소한 감정싸움이나 몇몇 개인의 일탈로 인해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전투력이 센 길드가 소위 '갑질'을 부리기도 하고, 서로 비슷한 세력끼리 상대방이 완전히 분해될 때까지 전쟁을 치르기도 한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거나 장기간 지속하면 결국에는 게임을 접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전쟁에서 살아남는다 해도 썰렁한 게임 내 분위기 탓에 게임의 흥미를 잃게 된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반도체 부품 수출을 규제하면서 무역분쟁을 일으켰다. 그 바람에 한일관계가 악화일로에 빠졌다. 일본 내 극우 세력들은 과거 관동대지진 때처럼 혐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국내에서도 반일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하고, 일본 여행을 간 연예인에게 악플 폭탄을 터트리기도 한다. 반일 활동에 동참하지 않으면 친일파 매국노로 매도당하기도 한다. 이래서 얻는 게 뭘까? 아베 정권의 정치적 이익? 국내에서도 반일감정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다. 아직도 가난 때문에 죽고, 과로로 죽고, 돈이 없어 교육을 못 받고, 병원에 못 가고, 잘 사는 사람만 잘 살고, 못사는 사람은 계속 대를 이어 못 사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괜한 20세기 초중반에나 먹혔던 민족감정을 자극해 서로 잡아먹을 듯 싸움을 부추기는 야만적인 짓은 그만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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