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아파트 인부 추락사건
유가족 돕기 모금 등 나눔 앞장
악취 문제·응급의료시설 공백
지역사회 문제 해결 적극 노력

경남의 가장 동쪽 끝, 양산 웅상지역은 현재 서창·소주·덕계·평산 4개동으로 분동되기 전 '웅상읍'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불렸다.

이곳은 유입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어느덧 10만 인구가 모여 살고 있다. 서로 다른 곳에서 '웅상'이라는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온 사람들은 소통에 목마름을 느끼기 시작했다.

2012년 2월 온라인 카페로 시작한 '웅상이야기'(https://cafe.naver.com/ungsangstory·운영자 진재원)는 30∼4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지역에 새로운 공동체 문화를 형성해왔다. 비록 온라인에 터를 마련했지만 오프라인으로 활동영역을 넓히며 현재 회원 수가 5만 5000여 명에 달하는 웅상지역 최대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웅상이야기'는 급속한 인구 유입과 난개발에 따른 지역 문제에 적극적으로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면서 대안을 찾는 활동으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 웅상이야기에게 '웅상'은 '가족'과 같은 말이다. 지역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함께 살기 좋은 웅상을 만들려는 노력은 새로운 웅상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이현희 기자
▲ 웅상이야기에게 '웅상'은 '가족'과 같은 말이다. 지역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함께 살기 좋은 웅상을 만들려는 노력은 새로운 웅상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이현희 기자

◇'웅상'이라는 이름의 가족 = 정보 소통을 위한 온라인 카페로 시작한 '웅상이야기'는 가족 단위 활동이 많다. 2013년 처음으로 불우이웃돕기 나눔한마당을 마련한 일은 온라인에 머물지 않고 오프라인으로 활동범위를 넓힌 첫걸음이었다. 카페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기증한 생활용품과 의류 등을 판매하는 '아나바다 장터'를 통해 소외계층을 도우려는 취지는 이후 프리마켓 등으로 모습은 변했지만 '함께 사는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실천으로 옮긴 것이다.

이들은 해마다 나눔마당과 프리마켓 수익금을 기부하면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또한,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봉사단 '아웅다웅'(아름다운 웅상, 다 같이 웅상)은 웅상종합사회복지관 배식 봉사, 지역아동센터 무료자장면 제공, 기부물품 회수 봉사 등을 맡으며 어려운 사정에 처한 이웃과 함께하는 일을 마다치 않는다. 태풍 차바 때 수해복구 현장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굵은 땀을 흘리는 모습도 '웅상이야기'가 꿈꾸는 웅상의 내일을 함께 만들려는 노력이다.

이런 가운데 '웅상이야기'가 전국적으로 주목받은 사건이 벌어졌다.

2017년 6월 8일 덕계동 한 아파트 외벽 도색작업을 하던 인부가 갑자기 12층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한 40대 남성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인부의 생명줄을 잘랐던 것이다. 더구나 숨진 희생자가 70세 노모를 모시며 5남매의 생계를 책임지는 평범한 가장이었다는 안타까운 사연에 모두 분노했다.

이때 '웅상이야기'에는 웅상지역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에 비록 희생자 가족이 양산사람은 아니지만 도움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들의 목소리는 자연스레 유가족 돕기 모금운동으로 이어졌다.

▲ 웅상이야기는 2017년 아파트 외벽 도색작업을 하던 인부가 숨지는 사건이 일어나자 성금을 모금해 유가족에 전달했다.  /웅상이야기
▲ 웅상이야기는 2017년 아파트 외벽 도색작업을 하던 인부가 숨지는 사건이 일어나자 성금을 모금해 유가족에 전달했다. /웅상이야기

결과는 놀라웠다. '웅상이야기'를 비롯한 양산지역 온라인 카페를 중심으로 모금을 펼치자 지역사회 곳곳에서 호응이 이어졌다. 비단 양산뿐만 아니라 전국, 외국에서도 온정의 손길이 모이면서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1억 3000여만 원이 모였다.

십시일반 마련한 성금은 시외버스를 타고 양산을 직접 찾은 가족, 사별한 아내 장례식 조의금을 기부한 남편, 익명을 요구하고 거액을 전달한 기업인, 미국에서 성금을 보내온 동포 등 사는 곳도 금액도 기부에 동참한 사연도 달랐지만 유가족을 응원하는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았다. '웅상이야기'는 이렇게 모인 성금을 기부자들이 보낸 격려 메시지와 함께 유가족에게 직접 전달했다.

'웅상이야기'가 공동체를 생각하는 또 다른 활동은 바로 '다문화지원사업'이다. 웅상지역은 인근 공단과 산단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이 많은 곳이다. 문화 차이로 지역주민과 크고 작은 갈등도 잦다. 하지만, '웅상이야기'는 카페 개설 이후 해마다 다문화 가족한마당 축제에 진행요원을 자처하며 서로 간 선입견을 없애고 한자리에서 이해하고 같이 어울릴 수 있는 '웅상'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 동네 바꿔봐요!" = 웅상이야기 게시판 가운데 '우리 동네 바꿔봐요'에는 말 그대로 지역에 변화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웅상지역은 급격한 도시화로 난개발이 이뤄지면서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민원을 반복하는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악취 문제다. 주거지역과 공단이 뒤섞여 있다 보니 원인을 알 수 없는 악취가 단골 민원으로 자리 잡았다. '웅상이야기'는 해결은커녕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을 바꾸고자 자발적으로 악취 현황 지도를 만들었다. 회원 제보를 바탕으로 악취가 나는 위치, 시간, 상황 등을 담은 지도를 양산시와 지역 정치권에 전달하고 민관 합동점검을 진행하기도 했다. 온라인을 넘어 삶의 현장에서 지역을 바꾸려는 시도인 셈이다.

▲ 웅상이야기는 웅상지역 유일한 응급시설이 폐쇄되면서 의료공백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웅상이야기
▲ 웅상이야기는 웅상지역 유일한 응급시설이 폐쇄되면서 의료공백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웅상이야기

2014년 1월, 웅상지역에 있던 유일한 응급의료시설이 병원 부도로 폐쇄되자 범시민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웅상이야기'는 응급의료 공백 상황을 해결하고자 서명운동을 펼친 결과 4000여 명이 참여했다. 때마침 그해 6월 열린 지방선거에서 후보자를 대상으로 응급의료 공백 사태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을 요구하는 정책질의서를 보내는 등 사태 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그 결과 2015년 3월 1년여 간 응급의료 공백을 거치며 불안에 떨던 웅상지역에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하는 새로운 병원이 문을 열었다.

2016년에는 주거지역과 가까운 도심지역에 산업단지를 조성하려는 계획이 나오자 주민과 함께 막아낸 일 역시 '웅상이야기'가 소통을 실천으로 옮기려는 노력을 보여준 사례 가운데 하나다. 최근에는 인구가 10만 명에 달했지만 소방장비와 인력이 부족해 불안에 떨어야 하는 웅상지역에 소방서를 유치하는 일에 힘을 보태고 있다.

운영자인 진재원(41) 씨는 "같은 지역에 살면서 함께 생활하는 주민의 모든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우리가 사는 지역에 더욱 많은 관심을 두고 온라인을 넘어 실제 지역을 바꾸는 일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늘도 '웅상이야기'는 불편한 버스 노선에서부터 인근 고리원전 문제까지 웅상지역 주민이 겪는 크고 작은 어려움과 고민을 함께 나누며 새로운 지역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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