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공론화로 씨앗 뿌린 교육인권
"대중 관심·이해 폭 넓혀"평가
당사자 청소년 참여 두드러져

경남학생인권조례안이 지난 19일 경남도의회에서 자동 폐기됐다. 2017년 11월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인권 친화적 학교 문화 조성을 위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지 20개월 만이다. 경남에서 학생인권조례는 이번이 3번째 도전이었지만, 다시 한 번 좌절됐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활동이 지금까지 남긴 것은 무엇인지 되짚어본다.

◇학생인권조례 3번째 노력도 좌절 = 경남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 추진은 2009년, 2012년에 이어 올해가 3번째 시도였다. 2009년에는 경남교육연대라는 교육 시민단체가 교육의원이나 교육감에게 발의하도록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이후 2012년에는 주민발의를 통해서 조례안을 만들었지만, 도의회 상임위에서 부결됐다. 3번째는 교육감이 발의를 해서 조례안을 도의회에 제출했지만, 교육위원회에서 조례안은 또다시 부결됐다. 도의회 의장 직권 상정, 재적의원 3분의 1(20명) 이상 요구로 안건 상정을 해서 조례안을 논의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도의회 의장도 의원도 조례안을 더는 논의하지 않았다. 결국 학생인권조례는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학생 인권'을 말하게 된 계기 =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나섰던 이들은 조례가 제정되지는 않았지만, 학생인권을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윤남식 김해교육연대 집행위원장은 "이번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하면서 전국적인 이목이 집중됐다. 타지역 학생인권조례 운동에도 영향을 줬다고 본다. 당사자인 학생, 청소년의 조직화된 활동도 돋보였다. 경남에서 교육청, 학교, 교사, 학생, 시민사회, 도의회 등이 학생인권에 대해 고민을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송영기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인권 불모지'인 학교가 변하기 시작했다. 일반 대중도 학생인권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조례 제정 운동이 학생인권에 대한 관심과 이해 폭을 넓혔다. 경남 지역 인권감수성을 키워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 지난해 11월 20일 경남학생인권조례안 의견 수렴 공청회가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 경남교육연수원에서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학생들이 경남학생인권조례안에 대한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 지난해 11월 20일 경남학생인권조례안 의견 수렴 공청회가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 경남교육연수원에서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학생들이 경남학생인권조례안에 대한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조례 제정 과정에 조례 당사자인 청소년들이 참여했다는 의미도 컸다.

이수경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는 "조례를 만드는 과정에서 지난해 '조례만드는청소년' 단체가 만들어져서 목소리를 냈다. 학교 내 학생인권 동아리도 하나둘 생겼다. 조례가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조례 제정 운동을 하면서 엄청나게 큰 역사를 남겼다. 인권침해를 당한 학생들에게 용기를 북돋울 수 있는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고 했다.

◇학생 인권 위한 토대 구축해야 = 학생인권조례안이 도의회 상임위조차 통과하지 못한 것은 전반적인 인권 의식 부족, 조례 추진 동력 부족 등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전희영 전교조 경남지부장은 "사실 학생인권조례안이 도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다. 학생, 교사, 학부모의 마음을 얻는 데 더 애를 썼어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또, 도의원의 인권 수준이 어떠한지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도교육청은 이제 학생인권조례 대신 교육인권경영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해 교육인권 경영 종합계획'을 수립해 학생인권지원센터 설치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허인수 학생인권조례추진단장(민주시민교육과장)은 "1년간 학생인권에 대해서 서로 담론이 형성됐다. 조례 추진 과정에서 반대 단체 주장이 과대 포장된 측면이 있었다. 조만간 추진단 모임을 열고, 단체를 해체할 것이다. 앞으로 교사, 학생, 학부모 등이 모두 인권존중 문화를 만들 수 있게 교육인권경영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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