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센터 선면예술 초대전
부채에 그려낸 회화 매력
창동24갤러리 '길''한판전'
30살 작가들 삶의 고민 담겨
리좀레지던스 실험적 작품
아기자기한 공예품도 눈길

이번 주말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예술촌으로 전시 나들이 어떠신가요. 창동예술촌에는 크고 작은 갤러리가 15개 정도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기획 전시가 열리는 정식 갤러리도 있고, 젊은 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대안 갤러리도 있고, 입주 작가가 작업실을 겸하며 운영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러니 창동예술촌에서 이뤄지는 전시만 보러 다녀도 한나절은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전시는 모두 무료입니다.

◇전통예술의 독특한 매력

창동예술촌 아트센터 2층 전시실에서는 16일부터 선면예술 초대전 성하풍류(盛夏風流)가 열리고 있습니다.

선면(扇面)이란 한자 그대로 부채의 면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는 게 선면예술입니다. 보통 합죽선이라고 하죠. 여러 부챗살에 한지를 붙여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부채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부채에 선추(扇錘)라는 장식을 매달아야 완성되는 전통 예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시 제목 그대로 성하, 즉 한여름과 잘 어울리는 전시입니다.

이번 전시에는 김구, 김태홍, 김상문, 문운식, 김병규, 곽정우, 오창성, 윤복희, 최지영, 박영애, 김옥자, 박금숙, 박정식, 구경숙 등 작가 14명이 참여했습니다. 동양화가만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서양화가도 있습니다. 하긴, 부채가 캔버스를 대신한다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그래도 전통에 가깝다고 한다면 김구 작가나 박금숙 작가의 작품일 텐데요. 여백이 많지만 결과적으로 가득 차 보이는 동양화 특유의 멋들어짐이 있습니다.

예컨대 김구 작가의 희종천강이란 작품은 느닷없이 기쁜 일이 생긴다는

▲ 창동예술촌 아트센터 2층 전시실에서 열리는 선면예술 초대전 중 김구 작가의 작품 '희종천강'. /이서후 기자
▲ 창동예술촌 아트센터 2층 전시실에서 열리는 선면예술 초대전 중 김구 작가의 작품 '희종천강'. /이서후 기자

뜻의 고사성어 희종천강(喜從天降)을 응용해 기쁠 희(喜) 대신 갈거미 희(蟢) 자를 써서 표했습니다. 하늘에서 거미가 거미줄을 타고 내려오는 걸 닭 한 마리가 신이 나서 쫓아가는 장면인데, 원래 성어의 뜻하고도 잘 맞아떨어지면서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작품입니다.

수채 물감의 번짐을 멋지게 활용한 김태홍 작가의 작품도 독특합니다. 이 외에도 다들 작품마다 각자의 개성이 듬뿍 담겨 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8월 7일까지. 문의 창동예술촌 아트센터 055-222-2155.

▲ 창원시도시재생지원센터 2층 창동24갤러리에서 열렸던 중견 작가들의 설치 전시 '길'.  /이서후 기자
▲ 창원시도시재생지원센터 2층 창동24갤러리에서 열렸던 중견 작가들의 설치 전시 '길'. /이서후 기자

◇삶의 의미를 돌아보다

비교적 최근에 생긴 공간이죠. 창원시도시재생지원센터 2층에 창동24갤러리가 있습니다. 여기서도 꾸준히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길'이라는 제목으로 실험적인 설치 작업들이 진행되었습니다. 창동예술촌 입주 작가 중 회화 작가들을 중심으로 설치 작업을 한 건데요. 처음 설치 작업을 해본 이들이고, 중견 작가로서 이후의 삶을 고민하며 만든 것이라 나름 의미 있는 전시였습니다.

23일부터는 새 전시로 '한판전'이 열립니다. 한판이란 계란 한판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계란이 30알인데요. 올해 30살이 된 작가 김은영, 양서준, 오승언, 조익준, 정다솔 5명이 모여 진행하는 전시입니다. 앞서 길 전시처럼 삶의 의미를 한 번 돌아본다는 취지입니다. 전시를 기획한 양서준 작가의 말을 볼까요.

▲ 창동24갤러리에서 23일 시작하는 '한판전' 중 오승언 작가 작품. /창동예술촌 아트센터
▲ 창동24갤러리에서 23일 시작하는 '한판전' 중 오승언 작가 작품. /창동예술촌 아트센터

"누군가에게는 길고 누군가에게는 짧은 시간을 건너 30살이라는 나이가 되었다. (중략) 30살이란 어른이라고 부르기엔 좀 부족하지만 어른 같아 보여야 하는 나이인가보다. 작업하는 동료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도는 말이 있는데, 작업을 계속 할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나이가 30살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관객들도 작가로서 중대한 갈림길에 선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살아가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볼 수도 있겠네요.

27일까지. 문의 010-2440-2226.

 

◇관습을 넘어서려는 젊은이들

창동예술촌 내 리좀 레지던스 3층 전시실에서도 개성 강한 젊은 작가 5명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올해 레지던스 3기 참가 작가들을 소개하는 전시가 '르 셍크(Le Cinq)'라는 제목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르 셍크는 '5'를 말합니다. 영화, 조각, 설치, 회화, 사진까지 서로 다른 장르에서 작업하는 작가 박용주, 백인환, 신선우, 신호철, 홍기하 5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 창동예술촌 리좀 레지던스 3층에서 열리는 작가 소개전 중 신선우 작가의 작품. /리좀 레지던스
▲ 창동예술촌 리좀 레지던스 3층에서 열리는 작가 소개전 중 신선우 작가의 작품. /리좀 레지던스

다양한 이력, 진지한 작업 태도에서 비롯한 작품들은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줍니다. 예컨대 영화를 전공하고 뒤늦게 프랑스에서 미술을 공부한 신선우 작가는 그만의 시선으로 도심 풍경을 잡아내 그림을 그렸는데, 풍경에 보색 대비를 입혀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들이지만, 저것이 저렇게 있었구나, 새삼 느끼게 하는 작업입니다.

▲ 창동예술촌 리좀 레지던스 3층에서 열리는 작가 소개전 중 신호철 작가의 작품. /리좀 레지던스
▲ 창동예술촌 리좀 레지던스 3층에서 열리는 작가 소개전 중 신호철 작가의 작품. /리좀 레지던스

신호철 작가의 '장손' 시리즈도 눈길을 오래 잡아 둡니다. 버려진 서화 작품을 구해 금이 가거나 망가진 부분을 네온사인으로 더욱 두드러지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관습과 권위의 틀을 벗어나려는 어떤 의지가 드러나는 작품들이라고 하겠네요.

문의 070-8802-6438.

◇다양한 공예 작품 구경

창동예술촌에서 운영하는 리아갤러리와 부림창작공예촌 내 부림윈도우갤러리에서는 다양한 공예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리아갤러리에서는 도예 작품을 하는 강정화 작가의 개인전 '#나르시스'가 열리고 있습니다. 강 작가는 부림창작공예촌에 작업실이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도자기로 구성한 다양한 거울을 볼 수 있는데요. 단순한 거울이라기보다는 장식성도 있고, 운치도 있는 훌륭한 작품들입니다.

나르시스라는 제목도 거울에서 비롯된 것 같네요. 부림윈도우갤러리는 조금 찾기가 어려운데요. 부림창작공예촌이 부림시장 내 빈 점포를 활용해 만든 거죠? 그 안에 돌아다니다 보면 진열장 안에 관광기념품들을 전시한 것처럼 보이는 곳이 있을 겁니다. 그곳이 윈도우갤러리입니다. 이곳에도 아기자기하면서도 재밌는 공예품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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