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존재로 만들어져 인간 특별해
내 생각 앞세우는 건 창조 질서 어긋나

구약성경 창세기에는 '천지창조'와 관련해서 두 가지 이야기가 나옵니다. 첫째는 하나님께서 닷새 동안 천지만물을 만드시고 제6일에 하나님의 형상대로 남자와 여자를 만드신 다음 제7일에 안식하셨다고 합니다. 둘째는 하나님께서 흙으로 사람을 빚어 코에 생기를 불어넣은 후 숨을 쉬게 하고는 그를 데려다가 에덴동산에서 살게 했는데 그의 일을 거들 짝이 보이지 않자 그를 깊이 잠들게 하고는 그의 갈빗대를 뽑아 여자를 만드셨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다른 내용이 한 책 안에 있을 수 있는지 미스터리이지만 분명한 것은 인간 창조가 특별하다는 것이고 이것은 오늘 우리 모두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다른 피조물과 구별되는 것을 신학적으로는 '하나님의 형상'(영, 마음, 뜻, 생각…)을 지닌 존재라고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사람이 언어와 함께 불이나 도구를 사용했기 때문이고 더 근원적으로는 이 모든 것이 생각하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교회 안과 밖이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았을 때 하나님께서 사람을 자신과 같이 '생각하는 존재'로 만드셨다는 것이 공통분모가 되어도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가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명제를 가지고 근대철학의 문을 열었던 것처럼 사람이 생각한다는 것은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태생적인 것이고, 산다는 것 자체가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생각하는 주체가 나이기는 하지만 생각의 근원은 내 생각이 아니라 하나님의 생각이기 때문에 내 생각을 앞세워 하나님의 생각에서 벗어나려고 한다는 것은 창조의 질서와 맞서는 범죄입니다.

하나님의 마음과 생각이란 어떤 것입니까? 사도 바울은 빌립보서 2장 1절 이하에서 남을 자기보다 낫게 여기고, 자기 잇속만 차리지 않고 남의 이익도 돌아보는 겸손과 하나님과 동등함을 포기하고 인간의 모습으로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순종하는 마음을 예수님의 마음이라고 했는데 이 마음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이고,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려가는 것이고,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텅 빔, 나 없음인데 이것이 곧 하나님의 마음이고 생각입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습니까? 무엇이 기쁨이고, 무엇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까? 만약에 나만을 생각하는 일이라면 거기에는 소망이 없습니다. 그러나 내 생각이 아니라 하나님의 생각에서 시작하려고 한다면 뭔가 새로운 일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소위 잘 믿는 자들은 대부분 이 길을 떠나고 있지만 만약에 하나님을 믿지 않더라도 이 길을 가는 자가 있다면 하나님께서는 그와 함께하실 것이고, 그를 높여 주실 텐데 이런 은혜가 오늘 우리 모두와 이 나라 위에 함께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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