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즐겨 보던 드라마 <녹두꽃>이 47~48회로 끝났다. 동학농민군이었던 백이강(조정석 분)이 동생 이현(윤시윤 분)의 도움으로 옥에서 탈출해 독립군이 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독립군은 항일 투쟁을 위해 결성된 조직이다. 동비라 불렸던 동학농민군 역시 반봉건과 반침략을 기치로 내걸고 일어섰던 민간조직이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임진왜란 때도 관군으로는 도저히 나라를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의병이 결성돼 전국 곳곳에서 일본군에 맞서 항쟁했다. 독립군이든 동학농민군이든 또 의병이든 나라가 위급한 상황에 놓였을 때 늘 백성이 일떠서서 목숨을 바쳐 가족을 지키고 고장을 지키고 나라를 지켜왔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유독 일본으로부터 괴롭힘을 많이 당했다. 고려 이전부터 왜구의 침략을 끊임없이 받은 데다 임진왜란에 이은 일제강점기 역사는 오늘 이 시점에 돌이켜 보면 또 언젠가 반복될 '진행형'은 아닐까 우려하게 된다. 아베 정권은 강제징용 배상판결, 위안부협정 파기 등으로 추정되는 이유로 보복을 감행하고 있다. 그게 지금은 반도체 소재 수출금지 조치 등으로 이루어지지만 점점 공격은 더 강해질 것이다. 엊그제 TV를 통해 일본 자위대가 호주의 어느 섬에서 대규모 상륙작전을 펼치는 영상에서 욱일승천기가 뚜렷한 수륙양용장갑차를 보았다. 반사적으로 섬뜩함이 온몸에 번지는 것을 느꼈다. 일본 제품 불매에 일본 여행 안 가기 운동을 벌이는 수많은 사람의 공통된 기분 아닐까. 반복된 역사를 통해 학습된 본능적 저항정신일 것이다. 의병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며칠 전 조선과 중앙일보는 일본어판 뉴스에서 '한국은 무슨 낯짝으로 일본의 투자를 기대하나' '한국인은 얼마나 편협한가' 등등의 제목으로 보도해 논란이 되었다. 이런 태도, 일본 침략 역사에서 익숙하게 접한 모습 아닌가.

영화 <암살>에서 독립군의 표적은 단지 일본만이 아니었다는 점을 깨닫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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