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기획자 큐레이터 개념 확장
시대변화에 따라 직업도 진화해

큐레이터(Curator)와 소비자(Consumer)를 합성해서 큐레이슈머(Curasumer)라는 낱말이 만들어졌다. 큐레이슈머는 전시회의 큐레이터처럼 스스로 삶을 꾸미고 연출하는 소비자라는 뜻이다.

이처럼 디지털 기기의 보급이 확대되고 SNS 사용이 보편화하면서 소비자들이 편집자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낱말의 진화는 필요에 기초한다.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미술관에 갇혀있지 않고 진화의 길을 걷는 것도 세상의 필요가 있음이다.

큐레이터(curator)는 '보살핀다' '관리한다'는 뜻의 라틴어 '큐라(cura·영어의 care)'에서 유래했다.

원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자료를 수집, 보존, 관리, 전시, 조사 및 기타 이와 관련되는 사항을 담당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였지만 다양한 정보가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 '큐레이션'은 이에 국한되지 않고 '정보나 콘텐츠를 선택적으로 골라서 제공하는 행위'를 포괄하는 단어로 두루 사용되면서 진화하고 있다.

큐레이터를 캐비닛 안에 든 것을 보여준다고 해서 캐비닛 큐레이터라고도 한다. 이 시대의 문화 권력자였던 큐레이터는 일반적으로 전시를 기획하는 사람들이었다.

문화자원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아키비스트(Archivist), 관람객에게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에듀케이터(Educator) 등 전시·박물관 관련 직업별 업무이지만, 큐레이션(Curation)과 큐레이터(Curator)의 개념은 확장되고 있다.

그래서 큐레이팅, 큐레이션, 큐레이셔니즘, 큐레이토리얼 이런 단어가 사용되고 있는데, 뉴스를 직접 취재한 쪽이 아니더라도 뉴스를 다양한 형태로 재가공해서 보여주는 뉴스 큐레이팅, 뮤직 페스티벌에서 음악을 고르는 뮤직큐레이팅, 그리고 고급 수제 치즈나 전채요리를 언급할 때도 그런 걸 고르는 사람을 큐레이터라고 하기도 하고, 시 큐레이션의 시대라고 할 만큼 컴필레이션시집이 쏟아져 나오기도 한다.

큐레이셔니즘이라는 말은 크리에이셔니즘, 창조주의를 대치하는 말로 쓰이면서 이제 콘텐츠를 재창조하는 사람들을 소셜 큐레이터(Social Curator)라고 하고, 컬러 큐레이터(Color Curator), 커피 큐레이터(Coffee Curator), 책 큐레이터(Book Curator) 같은 직업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니까 큐레이팅은 예술의 영역을 벗어나서 사회 전반적으로 자주 쓰이는 그런 말이 된 것이다.

직업의 정의는 계속 바뀐다. 새로운 시대를 맞으면서 큐레이션 서비스란 세상에 펼쳐진 거의 모든 정보를 대상으로 사용자가 필요로 할 것으로 해석되는 콘텐츠 또는 상품을 찾아내어 제시하는 것이다.

어디든지 데이터가 넘쳐나는 시대, 사회가 점점 디지털 사회로 바뀌고 빅데이터 시대가 되니까 정보는 누구든지 얻으려고 하면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정보와 정보 사이를 연결해서 해석해내는 능력만 갖추면 데이터 큐레이팅이 가능하다. 데이터가 디지털화돼 있다는 것은 정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으니까 현대사회에서 누구나 도모해 볼 만한 게 이런 큐레이팅이 아닐까.

큐레이터라는 직업은 탄생 이후 진화해왔고, 앞으로도 진화의 길을 걸을 것이다. 현대사회의 진화는 다양화·세분화를 의미하듯이 직업의 미래, 새로운 패러다임을 다 함께 지켜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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