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립상복공원 장례식장
다회용기 사용·3단화환 금지
"의지 문제…큰 어려움 없어"

비닐봉지 제공 금지, 커피숍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 금지 등 일상 곳곳에서 일회용품 규제가 강화되면서 '필환경' 시대임을 체감합니다. 그런데 일회용품을 대량 배출하지만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 곳이 있습니다. 바로 장례식장입니다. 식탁보부터 그릇, 수저, 컵까지 일회용품을 쓰고 한꺼번에 돌돌 말아 종량제봉투에 버리는 게 현실입니다. '문상객 상차림도 바쁜데 누가 언제 설거지를 할 수 있느냐'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정부도 장례식장 일회용품 사용에 눈을 감고 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정말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일까요?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장례식장은 '의지'의 문제라고 답합니다.

환경부는 지난 2014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혼례·회갑연·상례에 참석한 손님에게 음식물을 제공할 때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했다. 다만 상례는 객실 내 고정된 조리·세척시설을 모두 갖춘 장례식장에 대해서만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도록 했다.

이유는 '국민 정서상 시기상조'였다. 장례식장은 조리·세척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무도 없었고, 일회용품 사용 규제도 받지 않았다.

당시 환경부는 "장례식장 일회용품 사용 규제 필요성에 대한 국민인식조사(2013년 녹색소비자연대) 결과, 규제 찬성이 54%, 반대 40%로 비교적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규제 반대 응답자 절반(49.3%)은 조리·세척시설 미비로 위생 문제를 우려하는 등 장례식장 일회용품 사용을 일괄 규제하는 것은 국민정서상 시기상조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 식탁보부터 그릇, 수저, 컵까지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남해 한 장례식장의 상차림. /김희곤 기자
▲ 식탁보부터 그릇, 수저, 컵까지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남해 한 장례식장의 상차림. /김희곤 기자

1999년부터 환경부는 식품접객업소의 일회용품 사용을 억제해왔다고 하지만, 식품접객업소 중 일회용품이 가장 많이 배출되는 장례식장에 대해서는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한국장례협회 자료에 따르면 전국 장례식장은 경남 124곳을 비롯해 1168곳이다. 이 중 90% 이상은 조리·세척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장례식장 규모, 조문객 수, 상차림 횟수 등 편차가 크기 때문에 장례식장에서 일회용품을 얼마나 배출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2014년 한국플라스틱포장용기협회는 서울 고려대(빈소 11실)·보라매(10실) 장례식장 2곳의 국·밥그릇과 접시 사용량을 조사했는데, 1곳 당 밥·국그릇은 월 6만 개(중량 6120㎏), 접시는 월 12만 개(5040㎏)로 집계됐다.

현재 장례식장 수와 일회용 밥·국그릇·접시 사용량을 단순 계산(18만 개×1168곳)하면 한번 쓰고 버려지는 물량은 월 2억 1024만 개에 이른다. 일회용 식탁보·젓가락·숟가락·컵을 제외하고도 장례식장 일회용품 사용량은 연 25억 개다. 국민 1인당 장례식장에서만 연 49개 이상을 쓰고 버리는 셈이다.

일부 장례식장은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창원시립상복공원 장례식장은 장례 문화의 전국적인 모범이 되고 있다.

2012년 6월 개관한 상복공원 장례식장(빈소 10실)은 첫 출발부터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고, 3단 화환도 들이지 않고 있다. 상차림은 사람 수에 따라 나오는 국·밥그릇을 제외하고 12개 접시를 사용하고 비닐 식탁보를 사용하지 않는다. 일회용품 중 안전상의 이유로 종이컵만 허용하고 있다.

이동진 시설팀 실장은 "창원시 슬로건은 환경수도였고,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장례식장을 전국 최초로 만들고자 6개월간 TF(태스크포스)도 운영했다. 개관 후 1년간 상조회사·장례 지원 인력과 마찰이 심했지만, 이제는 상복공원 장례식장은 '일회용품 사용이 안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 다회용 그릇을 사용한 창원시립상복공원 장례식장의 상차림.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 다회용 그릇을 사용한 창원시립상복공원 장례식장의 상차림.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조문객 상차림 지원 인력은 보통 2명이지만, 상을 닦고 그릇 세척까지 해야 하는 상복공원 장례식장은 3명이다. 이 실장은 "객실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회용품 구입 비용이 최소 30만~100만 원이다. 상차림 지원 인력을 1명 더 사용하는 비용과 비슷하거나 저렴해 조문객에게 제대로 대접하는 느낌을 줘 호응이 좋다. 일하는 사람도 1명 많은 데다 식기세척기를 사용해 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쓰레기 발생량은 획기적으로 줄었다. 민간 장례식장에서도 10여 년 근무한 이 실장은 "평균 3일장을 하면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장례식장에서 100ℓ 쓰레기봉투 10개 이상 나온다. 조문객이 많은 곳은 30개도 사용한다. 나무젓가락, 음식물도 함께 섞여 있어 밟으면 찢어지거나 터지기 때문에 꽉 채우지도 못한다. 상복공원 장례식장 발생 쓰레기는 커피봉투와 비닐류에 그쳐 1객실 평균 100ℓ 봉투 1개를 사용한다"고 했다.

상복공원 장례식장은 3단 화환을 사용하지 않는다. 원예농협과 협의해 꽃을 재활용하지 않고 전부 파쇄해 상복공원 나무 퇴비로 사용해 거름 비용 연 1000만 원, 종량제 봉투값 연 1200만 원을 절약하고 있다.

일회용품 안 쓰는 장례문화가 확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 실장은 '의지'를 강조했다.

"다수 장례식장은 기존 구조에서 세척시설 설치가 어렵다고 하는데, 모든 객실에 싱크대와 배수구가 있기 때문에 큰 공사를 하지 않고도 설치할 수 있다. 일시에 많은 조문객이 몰리는 특성과 노동력 때문에 일회용품을 쓴다고 하지만,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도 운영이 잘되는 곳이 많다. 당장 편리함이 아닌 일회용품 처리에 대한 관심과 해결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잘 쓰고 잘 담자, 쓰담쓰담.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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