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체온유지·탈출법 학습
"물 무서웠는데 자신감 생겨"
내년 초등 전 학년 수업 확대

"입수!"

인명구조사 강사가 통영시 평림동 해양생존체험장에서 준비운동을 마친 초등학생들에게 외쳤다. 한국해양소년단 경남남부연맹 해양안전체험센터가 지난 12일 진행한 해양생존체험교실에는 거제 능포초교 4∼6학년 학생 50여 명이 참가했다.

구명조끼를 입은 학생들은 잠시 멈칫거리다 한 학생이 먼저 바다에 뛰어들자 잇따라 소리를 지르며 물속으로 들어갔다. 일부 학생들은 체험장 구조물을 잡고 잠시 버티기도 했지만, 금세 익숙해져서 무리 속으로 향했다.

▲ 거제 능포초교 학생들이 통영 해양생존체험장에서 생존수영을 배우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 거제 능포초교 학생들이 통영 해양생존체험장에서 생존수영을 배우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학생들은 강사가 입수 전 설명한 누워뜨기, 기본 배영, 체온유지법, 구조신호 보내기, 단체이동 등 5가지를 하나하나씩 해냈다. 바다에서 양팔을 넓게 벌리고 몸에 힘을 빼고 그대로 뒤로 누운 채로 있는 '누워뜨기'는 생존수영의 가장 기초 동작이었다.

기본 배영은 팔을 한쪽씩 돌려가며 발차기하는 일반 배영과 달랐다. 양팔을 동시에 젓고 발차기를 하지 않으면서 체력을 아낄 수 있는 영법이었다. 학생들은 한가로이 웃으며 팔을 저었다.

학생들은 물속에서 서로 팔짱을 끼고 결속력을 높이면서 체온을 유지하는 방법, 체온을 유지하면서 발차기를 해서 물보라를 일으켜서 위급 상황을 알리는 구조신호 보내기도 거뜬히 해냈다. 앞사람 허리에 다리를 끼워 감싸면서 하는 단체 이동은 열이 흐트러지면서 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모두가 어렵지 않게 생존 수영법을 차례로 익혔다.

▲ 거제 능포초교 학생들이 통영 해양생존체험장에서 생존수영을 배우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 거제 능포초교 학생들이 통영 해양생존체험장에서 생존수영을 배우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이수민(5학년) 학생은 "수영을 전혀 못해요. 그래서 처음에는 좀 무서웠는데요. 선생님이 알려주신 대로 하니까 잘돼서 물속에서 자신감이 생겼어요"라고 말했다. 원호준(6학년) 학생은 "원래 수영을 배워서 할 줄 알고요. 오늘 친구들이랑 다 같이 생존수영을 배워서 재밌었어요. 사실 작년에도 해봐서 익숙하기도 했어요"라고 했다.

학생들은 바다에서 선박 비상 탈출법, 구명 뗏목 승선법 등도 배웠다. 바다에 오기 전에 인근 교실에서 선박화재대피법, 소화기 사용법도 들었다.

천영실 해양안전체험센터 팀장은 "6월 전에는 해양안전사고 예방교육 등을 하는 '찾아가는 해양 안전교실'을 진행했고, 6월부터는 바다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바다에서 위급 상황 시 대처하는 생존수영 등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도교육청은 한국해양소년단 경남남부연맹과 함께 지난 6월 17일부터 오는 9월 18일까지 학생들의 해양안전사고 대처 능력을 높이고자 47개 초·중학교 학생 4744명을 대상으로 '해양생존체험교실'을 운영한다. 도교육청은 지난해부터 교육부 학생안전체험시설 확충사업 공모에 선정됐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체험 학교 수(37개교)와 학생 수(3463명)가 늘었다.

▲ 거제 능포초교 학생들이 통영 해양생존체험장에서 생존수영을 배우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 거제 능포초교 학생들이 통영 해양생존체험장에서 생존수영을 배우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도교육청은 바다에서 하는 해양생존체험교실과 별도로 지난 2015년부터 실내수영장에서 초등 생존수영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지난 2015년 거제·사천·함양·양산지역 학생 7700여 명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했고, 2016년부터 도내 전 지역으로 확대했다.

생존수영 교육은 돌발 상황에 대비해 구명조끼 착용법, 생존수영, 영법교육 등을 10시간가량 진행하는 방식이다. 도내 전체 초등학생 대비 생존수영 교육 수혜율은 차츰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7년 26%(4만 8094명), 2018년 28%(5만 4637명), 올해 41%(6만 7342명)로 늘었다.

지역별로 올해 생존수영 전체 학생 수혜율은 의령과 함양이 100%, 산청 89%, 합천 87%, 창녕 86% 등으로 집계됐다. 김해(16%), 밀양(19%), 양산(21%), 창원·함안(32%), 거제(33%) 등은 낮았다. 학생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은 전 학년을 대상으로 생존 수영 수업을 했지만 학생 수가 많은 창원·김해·양산 지역 등은 3∼4학년 등을 대상으로 수업을 해왔다.

도교육청 체육예술건강과 관계자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내년부터는 도내 전 지역에서 전 학년을 대상으로 생존수영을 가르칠 계획이다. 올해까지는 대체로 2학년부터 6학년까지 생존수영 수업을 했다. 각 시·군 수영장을 대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레인을 늘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 초등 생존수영 교육 예산은 교육부, 도교육청,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더해 모두 38억 7000여만 원이다. 정부는 초등 생존수영 교육 확대 방침에 따라 지역 시설여건 등을 고려해 가능한 지역부터 초등 생존수영 교육을 연차적으로 확대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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