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노동자 진정 인정받아
작업지휘 소홀여부 등 심사

지난 2017년 노동절에 31명 사상자를 낸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충돌사고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 따른 중재절차를 밟게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 관한 이의제기 사건을 담당하는 국내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t Point·NCP)는 '마틴 링게 프로젝트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 피해노동자 지원단'이 낸 진정에 대해 "국내연락사무소 차원에서 대화의 장을 마련해 쟁점 해결에 기여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다음 단계인 조정절차 단계로 넘어갈 실익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피해노동자 지원단 진정을 받아들여 중재·조정 등 분쟁 해결을 위한 다음 절차로 넘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는 지난 2017년 5월 1일 노동절 삼성중이 프랑스 토탈에서 수주한 해양플랫폼(마틴 링게) 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골리앗크레인(800t급)과 지브크레인(32t급) 충돌로 크레인 지지대가 무너져 노동자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다쳤다.

이후 진상 조사를 위한 '국민참여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실질적인 진상조사나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피해노동자 지원단은 지난 2월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발생 2년이 넘도록 사고 진실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며 공동 시공사였던 삼성중공업과 프랑스 테크닙, 운영사였던 노르웨이 토탈 노지, 프랑스 토탈 등을 OECD 가이드라인 위반 취지로 진정을 제기했다.

또 삼성중공업의 △크레인 사고 예방대책 미비 △관리자들 작업지휘 소홀을 지적했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지난 5월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관리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창원지법 통영지원 1심 판결에 근거해 "사고는 작업자들의 업무과실로 발생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NCP는 진정에 대해 삼성중공업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상죄' 등에서 무죄를 받았더라도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NCP는 "가이드라인에는 '당사자가 이용할 수 있는 소송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제기된 쟁점이 추가조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NCP는 가이드라인 위반 진정이 접수되면 1차 평가를 통해 해당사건 심사 여부를 결정한다. 심사가 결정되면 쟁점을 조사하고 당사자 간 대화를 주선한다. 합의에 이르지 못했을 때 가이드라인 심사 내용 등에 근거해 국내연락사무소위원회가 기업에 권고를 내릴 수 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해당 기업에 의견을 직접 권고한다는 점에서 기업이 구제절차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다.

이은주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활동가는 "법적 효력이 없는 협약이지만 노동자 생명과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중재 절차에서는 진정서를 넣었을 당시 요구했던 진상파악에 대한 결과물 등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