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미술시장 매출액 비교
화랑 〉 경매회사 〉 아트페어
각각 251억·129억·22억 원
미술품 구매 대중화 추세
경남국제아트페어도 눈길
20~100만 원 소품 위주 판매

혹시 미술 작품을 구입해 보셨는지요? 복제품이 아니라 진짜 작가가 작업한 그림이나 조각 같은 거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미술품 이미지는 미술관에 전시된 것이겠지요. 아니면, 아주 비싼 사치품이란 느낌도 크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에는 재벌가에서 비자금용으로 미술품을 사들인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고, 요즘에는 누구의 작품이 최고가를 경신했다는 뉴스가 자주 나오니까요. 예를 들어 지난 5월 미국 작가 제프 쿤스의 조각 작품 '래빗'이 경매에서 9107만 5000달러, 우리 돈으로 1082억 5000만 원에 낙찰돼 당대 미술품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일반인으로서는 감히 엄두도 못 낼 고가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미술 작품이 이렇게 저 먼 세상에 존재하는 건 아닙니다.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 사이 거래되는 작품도 아주 많거든요. 물론 이 정도 가격도 선뜻 지급하기엔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죠. 그래서 여전히 미술품 시장은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이 주로 참여합니다. 이런 분들을 보통 컬렉터라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미술품 구매도 상당히 대중화돼서(대중화를 위해 애쓰는 갤러리들도 많습니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살짝 무리를 해서라도 사는 일반인들도 많아졌습니다.

▲ 제10회 경남국제아트페어(GIAF)가 지난 11~14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사진은 작품을 살펴보는 사람들 모습.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제10회 경남국제아트페어(GIAF)가 지난 11~14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사진은 작품을 살펴보는 사람들 모습.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쉽게 접할 수 있는 미술 시장

하지만, 일반 대중이 미술 작품을 고르고 살 수 있는 공간이 아직 그렇게 보편적이지는 않습니다. 미술 작품이 가장 많이 거래되는 장소는 갤러리(화랑)입니다. 보통은 전시장으로 생각하시겠지만, 갤러리 주 수입원은 작품 판매 수수료입니다. 가치가 오를 만한 작품을 미리 구해서 다시 파는 곳도 있지만, 갤러리에서 작가를 발굴해서 키우기도 합니다. 그다음이 경매회사를 통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그리고 미술품 판매 시장이라 할 수 있는 아트페어란 게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매년 미술시장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는데요. 지난해 자료를 보면 2017년 한 해 국내 미술 시장 매출액은 갤러리(화랑)가 약 251억 원, 경매회사가 약 129억 원, 아트페어가 약 22억 원입니다. 역시 갤러리에서 직접 사고파는 액수가 가장 많군요. 사실 우리나라는 아직 미술품 구매가 그렇게 활발하지 않습니다. 조 단위가 넘어가는 외국 시장보다 판매액도 많지 않고요. 문화가 달라서일까요?

아무튼, 이 중에 아트페어가 일반인이 가장 쉽게 다양한 미술작품을 비교하면서 구입할 수 있는 공간일 겁니다. 주로 컨벤션센터 전시장 같은 곳에서 열리는데, 쉽게 말해 미술품을 팔고 사는 대형 시장입니다. 전시장 내부에 칸막이로 여러 부스를 만들고, 부스마다 갤러리들이 미술 작품을 내놓는 거죠.

세계적으로는 스위스 바젤에서 매년 6월 열리는 아트 바젤이 가장 유명할 것 같고요. 프랑스 파리에서 매년 10월 열리는 피악(FIAC)이나 역시 10월마다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프리즈 아트 페어도 유명합니다. 동양권에서는 매년 봄에 열리는 아트 바젤 홍콩이 가장 클 겁니다. 이 기간에 맞춰 홍콩에서는 다양한 아트페어가 동시에 열릴 정도니까요.

우리나라는 현재 49개(2017년 기준) 아트페어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 중 서울에서 열리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부산에서 열리는 아트부산이 규모나 작품 판매액으로는 대표적일 테고요. 경남에서는 지난 11일에서 14일까지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렸던 경남국제아트페어를 비롯해 나전칠기 작품이 특화된 통영아트페어, 지난해 처음 시작한 진주 링크아트페어가 있습니다. 다른 곳에 비해서야 작지만, 그나마 경남국제아트페어가 제법 규모 있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부스비는 나왔나요?"

아트페어를 구성하는 핵심은 역시 갤러리들입니다. 자체적으로 판매를 하지만, 새로운 고객(컬렉터) 확보를 위해서 혹은 인지도를 높이려고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거죠. 그래서 보통 아트페어에서는 구매력이 있는 고객을 따로 초대해 VIP 오픈 행사를 벌이기도 합니다.

아트페어에 참가하려면 부스를 구입해야 합니다. 올해 경남국제아트페어를 예로 들면 가로·세로 각 4.8m짜리 부스 하나에 150만 원, 가로 4.8m, 세로 7.2m 부스는 200만 원 정도 합니다. 규모가 있는 갤러리들은 이런 부스를 2개 이상 신청하기 때문에 기본 300만~400만 원 정도가 드는 셈입니다.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경남은 그나마 싼 편이죠. 부산이나 서울 등 큰 아트페어는 부스비가 경남의 두 배 정도 합니다. 그래서 '부스비가 나왔다, 안 나왔다'가 참가 갤러리들 사이에 흔한 인사이기도 합니다. 지급한 부스비 이상 작품 판매를 했느냐는 거죠.

아트페어에 내놓은 미술작품 가격도 다양합니다. 올해 경남국제아트페어를 예로 들면 15만 원에서 최고 2억 원까지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경기 탓인지 전국적으로 아트페어 판매액이 줄고 있습니다. 작품도 소품 위주로 판매가 되고 있고요. 경남아트페어에서도 20만~100만 원 사이 작품이 주로 팔려나가더군요. 다양한 장르가 있지만, 보통 회화, 그중에서도 서양화가 제일 많이 팔립니다. 동양화나 조각도 제법 나가는 편이고요.

어차피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작품을 사가기에 어떤 작품이 잘 팔리느냐는 게 의미가 크게 없지만, 그래도 굳이 설명을 하자면 이렇습니다. 작품성, 그러니까 작품이 좋아야 하는 건 기본이고요. 여기에 어느 정도 장식성까지 있으면 좋습니다. 사무실이나 집에 걸어놓았을 때 공간과 잘 어울리고 느낌이 좋아야 하겠죠.

외국 아트페어에서는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바로 구입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분위기가 조금 다릅니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살펴본다네요. 고민하다가 마지막 날에 다시 보러 와서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사는 경우도 많답니다. 그러니 참가 갤러리들은 아트페어가 끝나는 시간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경남국제아트페어 진행은 조금 아쉽습니다. 마지막 날 끝까지 현장에 있어봤는데, 분명히 팸플릿에 행사 시간이 오후 6시까지라고 나와있는데, 오후 4시가 넘자 특별전 부스부터 철수를 시작하더군요. 부스 비를 내고 참가한 갤러리들이 황당해한 것은 당연합니다. 5시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온 고객도 있고, 6시가 거의 다 되어 작품 판매가 이뤄진 곳도 있었거든요. 아트페어는 단순한 전시회가 아니고, 미술품 판매를 위한 영업이고 서비스여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서 철저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들이 오후 6시 이후에야 작품을 철수하기 시작한 갤러리들 사이에 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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